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8월 졸속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8월24일 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여당이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정책의원총회에서 ‘제3의 대안’을 논의했지만(
재벌은행 금지를 시행령에 맡긴다?), 이는 재벌은행을 막기엔 여러 허점이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이번 절충안은 ‘재벌은행 금지’를 시행령에 맡기는 대신에 경제범죄 전력 조회 등 대주주 자격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30일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내어 “(여당의) 절충안을 검토한 결과 그 내용이 이제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견지해왔던 ‘금융과 산업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훼손함은 물론이고, 심지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더라도 재벌에게 은행을 주지는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졸속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민주당은 물론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이 정책의총에 올려 논의한 절충안이 핵심 내용에서 많은 허점을 지니고 있다고 짚었다. 먼저 특례법안 본문에 둔 대주주 자격 심사 요건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표현을 썼으나 구체적 심사 기준은 시행령에서 결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이는 애초에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넘기지 않겠다는 약속과 비교하면 훨씬 더 후퇴한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명확한 방식은 법률안 본문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적용 배제’를 명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하지 않고 정부가 그때그때 맘대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은 나중에 재벌의 요구에 따라 소유규제의 핵심적 부분이 변경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여당 절충안이 특례법 본문에서 경제범죄 전력 배제 요건 등을 강화해 대주주 자격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고 했으나, 심사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불확실해 재벌은행 억제가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여당 절충안은 자격 심사 대상을 주식 보유 당사자로 보는지, 주식을 보유한 당사자와 특수관계인 전체를 포괄하는 동일인 전체인지조차 법률상 불분명하게 해뒀다는 것이다.
현행 은행법 시행령은 은행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는 초과한도보유 주주는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 3개 법에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전력이 최근 5년간 있었을 경우, 주주 자격에서 배제한다. 여당 절충안은 여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전력이 있을 경우에도 주주 자격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배척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산분리 완화 논의 과정에서 한도초과보유주주 자격 심사를 할 때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괄하는 동일인 기준이 아니라 주식을 보유한 당사자 1인만 심사하는 것이라는 법령 해석을 내놓아 논란을 불렀다. 금융위의 이런 해석을 받아들일 경우 여당 절충안의 범죄전력 심사 조항은 재벌은행 금지엔 별 쓸모가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심사 대상을 주식을 보유한 당사자만으로 한정할 경우) 재벌은 수많은 자신의 계열사 중에서 범죄 경력이 없는 회사를 선택해서 그 회사를 대주주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법률상 자격 심사 대상을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동일인’이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여당이 논의 중인 절충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고, 얼마나 많은 사각지대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지도부가 추진하는 특례법안은 완성도가 너무도 떨어지는 법안이며, 졸속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여 국민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 중에 통과시키기로 여야 원내대표끼리 합의했으나, 당내 정책의총 등에선 당론 변경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여야는 물론 의원들끼리도 입장이 갈리면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등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30일에도 절충안 등을 기반으로 여야 지도부가 본회의 시작 시간을 오후 2시에서 4시로 미루는 등 합의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