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로 합병이 예정된 자회사 카카오엠(M)의 벌금형 이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추진하면 카카오뱅크의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정보기술업(ICT) 주력인 산업자본에 은행 지분 10% 초과 보유를 허용한다 해도, 카카오가 자회사문제로 대주주 자격을 승인받지 못하거나 특혜시비로 이어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24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보도자료를 내어 “특례법이 제정돼 카카오가 콜옵션을 행사하고 한도초과 보유주주로 나서면 대주주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부적격 판정이 나면) 카카오뱅크 주식 10% 초과분을 포기하거나 카카오가 (벌금형 이력이 있는) 카카오엠과의 합병을 취소하고 카카오엠을 매각해 적격성을 새로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례법 제정은 어렵게 은행법상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입지를 굳혀가는 카카오뱅크의 경영 안정성만 위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카카오엠이 온라인 음원 가격 등에 대한 담합(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6년 1억원의 벌금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카카오가 은행법상 지분 10%를 초과보유한 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일각에서 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한도초과 보유요건 심사)의 대상이 주식을 보유한 당사자 법인만 해당하며 동일인 기준(자회사 등 특수관계인 전체)으로 심사하지 않는다거나, 벌금형을 받은 기업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은 경우 흡수합병 시 형사책임은 승계되지 않는다는 주장, 카카오엠의 법령 위반 정도가 경미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 등에 대해 반박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찬성하는 금융위원회와 카카오 등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참여연대는 한도초과 보유요건 심사 대상은 은행법상 ‘한도초과보유주주 등’으로, 카카오뱅크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카카오만 볼 게 아니라 카카오엠 같은 자회사도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이란 단어에 이른바 자회사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는 동일인 기준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참여연대는 동일인 기준을 부인할 경우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실질적으로 사문화한다고 지적했다. 은행 대주주는 첫 심사승인을 통과한 뒤에도 6개월 간격으로 적격성 심사를 지속해서 받는다. 그런데 동일인 기준 적격성 심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은행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가 중대한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특수관계인 자회사를 골라서 주식을 넘겨버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외환은행의 한도초과 보유주주로 승인받았던 론스타 전례를 살피면, 금융당국이 론스타 자회사의 금융관련법 위반 문제로 적격성 박탈을 검토했던 기록들이 감사원 조사 등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론스타는 국내 자회사를 통해 면허도 없이 채권추심 사업을 하다가 적발돼 은행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불렀다. 참여연대는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한 론스타의 예를 보면 단순히 주주 1인이 심사 대상이 아니라 특수관계인 전부가 적격성 심사 대상이었다”고 짚었다.
(<한겨레> 8월23일치 15면 ‘[단독] 론스타 전례보면 카카오 ‘카뱅 대주주’ 어렵다’ 참조)
참여연대는 또 카카오엠(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이 저지른 과거 담합 행위는 대표이사들이 직접 나서서 가격경쟁 제한 등을 직접 합의한 것으로, 경미한 사안으로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카카오엠의 전신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단순히 종업원의 불법행위에 따른 양벌규정 때문에 벌금형을 받은 것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직접 담합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부당한 이득을 취했던 게 명백하다”고 짚었다. 또 카카오엠이 카카오에 합병될 경우 양벌규정에 의한 형사처벌이 카카오에 승계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대법원 판례는 합병에 따라 피합병회사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사법과 공법을 불문하고 모두 승계되는 걸 원칙으로 한다”면서 “합병 시 피합병법인이 받은 형사처벌이 존속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은 예외적인 검찰 공소권의 문제이고,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사회·경제적 평판’을 살피는 것이어서 벌금형 전력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를 문제 삼지 않으면, 추후 은행 대주주의 자회사가 불법행위를 해서 벌금형을 받아도 해당 법인을 흡수합병하면 적격성 문제가 소멸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다음달 1일 벌금형 이력이 있는 카카오엠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이에 국회가 이런 문제들을 졸속으로 심사해 특례법을 통과시킬 경우, 은행법의 주요 규제들을 무력화하거나 카카오 특혜시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쪽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은행감독 원칙에 부합하지도 않고, 모처럼 안정되어 가는 신설은행의 경영 안정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는 현재의 특례법 제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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