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슈퍼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장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이 한해 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도 반도체 기업을 빼면 4% 증가하는데 그쳤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6개사(전체 632곳 중 금융업·분할합병 기업 등 96곳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924조22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7조5003억원) 보다 5.3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합산 결과 올 상반기 84조3875억원으로 지난해 77조7322억원 보다 8.56%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이 50%를 넘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2곳의 실적을 제외하면, 반도체 때문에 한국 경제가 좋아 보이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매출액은 2017년의 경우 삼성전자(111조5481억원)와 하이닉스(12조9817억원)를 빼면 752조9705억원이고, 2018년은 삼성전자(119조464억원)와 하이닉스(19조901억원)를 빼면 786조932억원이었다. 534곳의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33조1227억원 늘어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2017년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23조9649억원)와 하이닉스(5조5182억원)를 빼면 48조2491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삼성전자가 30조5112억원, 하이닉스가 9조94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나머지 534곳의 상장사 영업이익은 43조93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9%가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 분야의 경쟁력은 둔화된 것이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의 매출액이 8.44%나 줄었다. 한때 수출 1위 산업이었던 조선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자동차 역시 현대자동차의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 기계(-0.98%)와 통신업(-0.36%), 비금속광물(-0.09%)도 부진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부터 기업 실적 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나머지 부문으로 나뉘고 있다”며 “유일하게 실적이 좋은 반도체 산업은 고용 효과가 낮기 때문에 정부가 다른 산업과의 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