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단과 금융위원회 관료가 블록체인·가상통화 등 핀테크 성지로 불리는 스위스 주크 등으로 일주일간 해외출장을 떠났다. 여야가 은산분리 규제완화 입법을 이달 중으로 국회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를 추진할 핵심 인사들이 다같이 출장길에 오른 것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국회에서 심의할 입법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국회 정무위와 금융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단인 민병두 의원(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여당 간사·민주당),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 간사)과 최근 청와대에서 금융위로 복귀한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 등이 스위스 주크와 독일 베를린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지난 12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 간사)은 일정 문제로 가지 않았고,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반대해온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현재 간사가 아니지만 동행했다. 추 의원은 당초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꾸린 원내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정무위 간사를 맡아 이번 일정에 포함됐으나, 노회찬 의원 별세로 교섭단체가 어그러져 간사 지위를 잃었다. 금융위 권 단장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로 파견을 갔다가 지난 10일 금융위 소관 규제 혁신을 주도할 한시 조직인 금융혁신기획단의 책임자로 돌아왔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주크와 베를린은 블록체인과 가상통화 등 핀테크 정책과 규제의 국제적 흐름을 볼 수 있는 현장으로 국회 예산으로 여야 간사단이 출장을 가게 된 것”이라며 “정무위원장과 여야 간사단이 외국에서 꼬박 일주일을 동행하기 때문에 낮에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일정 틈새나 저녁 이후로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입법과 규제샌드박스법 등 현안에 대해 여야의 견해 차를 치열하게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정무위 여야 간사단에서 은산분리 입법 논의 등이 진행될 경우 권 단장이 이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산업자본인 정보기술(IT)기업이 은행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는 대주주가 될 길을 터주되, 이른바 ‘삼성은행’ 같은 재벌은행 우려를 피해갈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주주 후보로 거론되는 아이티 기업인 카카오·네이버 등은 재벌그룹과 같은 반열인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조만간 들어갈 참이어서, 여당과 금융위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현재 언론 등에서 거론된 문제점을 피해갈 규제완화 방법에 대해 금융위가 낸 대안과 의원들의 주문 사항에 대한 자료를 모두 챙겨서 출장을 떠났다”면서 “국회 후반기 정무위 운영 방향과 법안소위 구성, 8월 안 은산분리 입법 처리를 위한 일정 등까지 두루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사단은 오는 18일께 귀국한 뒤 21일께 법안소위 면면을 확정해 24일 은산분리 규제완화 입법안 등을 논의하는 법안소위를 열 공산이 크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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