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페이콕 부스를 찾아 모바일 앱 기반 단말기를 통한 QR코드 결제 방식 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아이티(I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투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지만, 정작 자본금 부족에 시달리는 케이뱅크를 주도하는 케이티(KT)는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인해 앞으로 3년 가까이 추가 지분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정청이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정책 실익을 제대로 검토한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여야는 8일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케이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티는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짬짜미(담합)를 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6년 3월 7천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에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도 은행 지분 10% 초과 보유를 승인받지 못할 소지가 크다. 현행 은행법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한도초과 보유주주’라고 하는데, 은행법 시행령은 이 주주의 초과보유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 조세범처벌법과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케이티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만큼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소지가 있다. 다만 금융위가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승인해줄 수 있다는 법률적 단서가 있어 현시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가 케이티에 ‘사안 경미’라는 특혜논란 소지가 큰 잣대를 들이대기 전엔 케이티가 케이뱅크에 추가 출자를 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케이티는 이미 보통주 기준 10% 출자한도를 다 채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케이티 쪽은 “문제의 위반 사건은 금융위가 경미한 사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향후 국회의 법 논의 과정에서 산업자본이 혁신을 주도하게 하려는 정책 취지를 생각해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길을 터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에 팔을 걷었지만, 케이티에 추가 배려가 없으면 향후 3년 가까이 케이뱅크에 자본금을 더 넣기 힘들다는 사실은 특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케이뱅크는 주주 간 증자 합의 실패와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상품 대부분을 월초에 잠깐 팔다가 판매 중단을 공지하는 식으로 영업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규제 완화의 정책 실익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카카오뱅크 쪽도 비슷하다. 카뱅의 산업자본 대주주 후보인 카카오는 자산이 8조5천억원으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을 정하는 자산 10조원 이상 기준의 턱밑까지 와 있다. 카카오가 카뱅 대주주가 되어 계열사로 편입할 경우, 카뱅 자본금 1조3천억원을 고려하면 카카오 자산은 9조8천억원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카카오는 자산총액이 1년 새 1조7천억원이 늘어났을 만큼 성장 속도도 빠르다. 여당이 제출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은 은산분리 완화 부작용을 막으려고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은 규제 완화 혜택에서 배제했는데, 카카오는 조만간 여기에 들어갈 참이다. 또 업계에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때 아이티기업 대주주 후보로 거론되는 네이버도 현재 자산 규모가 7조원대로, 딜레마는 마찬가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재벌과 대기업을 규율하는 현행 법규들을 동시에 개정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부칙 등에 특혜성 조항을 넣지 않으면 은행 대주주를 할 만한 아이티 기업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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