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7일 오전 하나금융투자 강당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제공
금융권에 ‘북한을 알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공연·스포츠 교류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교류는 인프라 건설 등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한다. 한때 남북관계의 상징도 ‘개성공단’이었다. 자본을 좇는 금융권도 이를 아는 것처럼 보였다. 신한은행은 남북경협금융랩 조직을 신설했고, 국민은행은 금융지주에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리서치센터에 북한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했다.
7일 태스크포스팀을 중심으로 본사 건물 3층 한마음홀에서 ‘한반도 통일경제 포럼’을 연 하나금융투자에 다녀왔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과 임을출 경남대 교수, 배기주 하나금융투자 아이비(IB)그룹장,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등이 강연자로 나선 대규모 포럼이었다. 500석 규모의 강당은 오전 9시반 강연 시작 전부터 기관투자자와 일반인 등으로 가득 찼다.
강연은 남북 경제 협력의 재개 가능성과 민간의 대북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임을출 교수는 “27년간 북한을 연구했는데 지금만큼 남북 경협을 했을때 (남북간) 시너지 효과가 나올 때가 (다시) 없을 거라고 말씀드린다”며 “핵과 미사일이 있어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이사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뒤 경제특구를 야심차게 지정했으나 자본과 자재 부족으로 진척이 없었다”며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도 ‘지원 사업은 이제 더이상 흥미없다. 하려면 협력사업을 하자’고 언급했다”며 경제협력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배기주 하나금융투자 아이비그룹장은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발전소와 도로 등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금융기관 등 민간 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배 그룹장은 북한 인프라전용투자를 목적으로 한 펀드를 설립해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 시장을 중국에 뺏겨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함께 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북한 경제의 중국화가 촉진화된 시기로 역사적으로 후회가 되는 시기로 평가될 것이다. 이것을 뜯어내고 (남한이)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과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북한을 식민지로 생각하면 안되고 동등한 경제주체로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양산업만 북쪽으로 몰려가서는 안된다”며 “북한의 고속도로에는 자율주행차만 달리게 하거나 친환경 발전을 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통해 한반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 불안정한 투자여건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임성택 변호사는 “북한은 남한 투자자에 대한 보호, 송금 보장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대북 투자가 위험에 빠진 것은 북한의 국유화 때문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나빠져 5.24조처 등에 따른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임 변호사는 북한은 BOT(수익형 민간투자사업)도 이미 법제화했다고 했다.
이날 강연장에서 만난 이보미씨는 “주변 친구들은 북한에 투자를 하는 것이 ‘퍼주기’가 아니냐는 생각이 많은데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좀더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엔 제재도 남아있고, 아직 개인투자자들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가 7일 연 ’한반도통일경제포럼’ 장소인 500석 규모의 강당이 사람들로 꽉 찼다.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보여준다. 하나금융투자 제공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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