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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간편결제 패권전쟁…불꽃튀는 ‘기술 삼국지’

등록 2018-08-07 05:00수정 2018-08-07 10:18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
폰에 신용카드 내장
단말기에 대면 자기장 형성
삼성·LG페이가 사용
아이폰은 사용불가 단점

근거리무선통신기술
폰을 단말기 가까이 대면
특정 주파수 이용해 통신
애플페이·저스터치가 사용
기존 단말기서 불가 난점

QR코드 방식
계좌서 계좌로 바로 이체
카드사 중간개입 배제
카카오페이가 채택
결제때마다 앱 키는 불편

자료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자료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네이버페이·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들의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소상공인페이·제로페이·서울페이 등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공익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결제시스템까지 가세했다. 모바일·스마트폰 시대에 어떤 페이를 쓰느냐는 단순한 결제방식 선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소 어떤 지갑을 가지고,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바일 지갑’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긁기 대신 대는’ MST-NFC의 대결

최근 2~3년 새 급속하게 팽창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최강자는 삼성페이다. 지문 등으로 본인인증을 거쳐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한 뒤,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2015년 8월 출시돼 올해 3월 말 현재 가입자 1000만명·누적 결제액 18조원을 돌파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21개국에서 상용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의 벤처기업 루프페이의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카드 결제는 마그네틱 카드를 단말기에 긁는 물리적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데, 루프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신용카드를 가까이 대면 형성되는 자기장을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기존 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매장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관계인 엘지(LG)페이도 비슷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단 마그네틱카드 결제 방식이 보안문제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데다 애플의 아이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 반대 편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연합군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단말기 가까이 대 결제하는 방식은 마그네틱보안전송과 비슷하지만, 특정 주파수를 이용해 통신하는 실제 기술은 다르다.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는 물론 교통카드, 각종 쿠폰을 저장했다가 쓸 수 있고, 디지털열쇠나 스마트폰간 파일 교환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전용 단말기 보급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다. 애플페이가 이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인데, 낮은 단말기 보급률 때문에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간편결제 업체 가운데서는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가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비씨·NH농협 7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근거리무선통신 결제 규격인 ‘저스터치’를 개발해 이달부터 주요 편의점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스터치의 경우 유통 강자인 카드사들이 모이긴 했지만, 단말기 보급률이 전체 가맹점의 1% 남짓인 3만여곳에 불과한데다 같은 근거리무선통신이라도 기술표준이 달라 해외발행 카드(단말기)와 호환되지 않는 문제 등 넘을 산이 많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삼성페이에 대항해보자며 카드사들끼리 모여본 것인데 잘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삼성페이와 특수관계인 삼성카드만 빠졌는데,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에 맞서 나머지 여섯 나라가 연합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앱에서 앱으로’ QR코드 방식 성공할까

마그네틱보안전송과 근거리무선통신이라는 두 진영이 대립하고 있지만, 이들은 스마트폰을 단말기 가까이에 대는 사용법과 카드사망을 이용해 결제가 이뤄진다는 공통점도 있다. 반면에 요즘 논의가 확산하고 있는 큐아르(QR)코드(정보무늬) 방식은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용카드사망을 통하지 않고 앱에서 앱으로 정보가, 계좌에서 계좌로 돈(결제·이체)이 오가기 때문이다. 결제처리에서 신용카드사가 빠진 만큼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 등이 앞다퉈 큐아르코드 방식 결제시스템 구축을 선언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간편결제 업체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큐아르코드 방식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역시나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더 큰 걸림돌은 결제 때마다 스마트폰 앱을 열어 큐아르코드를 생성하거나 읽은 뒤 이를 전송시키고, 금액을 적어야 하는 등 이용 절차가 ‘대는’ 방식보다 복잡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신용카드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도 소비자 유인의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연구소 윤종문 선임연구위원은 “큐아르코드 방식이란 게 과거 한때 사용되다 거의 사라진 (카드번호 대신 바코드를 생성해 제시하던) 앱카드 결제와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여기에 적은 수수료라는 게 가맹점은 좋지만, 보안성이나 편의성, 각종 혜택 등 소비자를 유인할 요인은 적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크게 세가지 기술방식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서로 장단점이 명확해 어느 쪽이 패권을 차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편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이 많이 사용되지만, 중국과 인도에서는 큐아르코드 방식이 주류다. 딱히 어느 게 낫다기 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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