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연구소 2018 한국부자보고서
암호화폐 투자의향 외국 부자보다 훨씬 낮아
정부 집값 규제책에도 부동산엔 기대 여전
집값 양극화로 서울부자-지방부자엔 전망 격차
암호화폐 투자의향 외국 부자보다 훨씬 낮아
정부 집값 규제책에도 부동산엔 기대 여전
집값 양극화로 서울부자-지방부자엔 전망 격차
한국 부자는 암호화폐 투자에 다른 나라 부자보다 소극적이며, 부동산 투자에 대해선 정부의 집값 규제책에도 여전히 긍정적 기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 부자와 지방 부자는 집값 양극화와 함께 향후 부동산 경기 전망조차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6일 케이비(KB)금융연구소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개인을 ‘한국 부자’로 규정해 이들의 자산 현황·투자와 경기 인식 등을 담은 ‘2018 한국부자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2017년 말 기준 한국 부자가 27만8천명으로 전년 말 24만2천명에 견줘 15.2% 증가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646조원으로 전년 말 552조원에서 17%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체 국민의 금융자산 상위 0.54%가 가계 총 금융자산의 17.6%를 보유했음을 나타낸다. 한국 부자는 2012년 말 16만7천명, 보유자산 369조원에서 해마다 10% 정도 꾸준히 늘어났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 지속,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인한 투자자산 가치 증가,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세에 따른 금융자산 투자 여력 확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한국 부자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121만7천명)이 가장 많고, 경기도(59만4천명), 부산광역시(18만5천명), 대구광역시(12만2천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부자보고서는 2011년 이후 해마다 한차례씩 발간된다. 여기엔 정부 통계, 케이비국민은행의 개인별 예치자산 분포, 금융자산 5억원 이상 보유자 설문조사 등이 활용된다.
한국 부자의 자산구성은 부동산 53.3%, 금융자산 42.3%, 예술품 등 기타자산 4.4% 정도로 돼 있다. 2012년 이후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하고 부동산 자산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졌으나 부동산 활황기를 맞아 2017~2018년 2년 연속 부동산 자산 비중이 다시 상승했다.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수도권에 거주할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이 더 컸다.
최근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 1년을 맞고 정부가 집값 안정 의지를 끊임없이 표명 중이지만 한국 부자는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와 기대를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는 앞으로 1년간 부동산자산을 증가시키겠다는 의견이 35.5%, 감소시키겠다는 의견이 5.3%, 유지는 59.3%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총자산이 많을수록, 강남3구에 거주하는 부자일수록 두드러졌다. 강남3구에 사는 부자의 37%가 향후 거주용 부동산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강남 외 서울에 사는 부자들은 20%, 지방 부자들은 15%만 같은 생각을 했다.
또 앞으로 1년간 국내 부동산 경기 전반에 대한 한국 부자의 인식은 긍정(25.5%)이 부정(21.5%)보다 많았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부자와 지방 부자의 인식은 달랐다. 서울·수도권 부자는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중(31%)이 부정적으로 보는 비중(16%)을 웃돌았으나, 지방 부자는 부정 응답(37%)이 긍정 응답(10%)을 훌쩍 넘어섰다.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드러내는 부동산 양극화와 함께 부동산 경기 인식도 양극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부자는 암호화폐 투자 경험률은 24.3%로 일반인(14.1%)보다 높은 편이었다. 부자는 현재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경우가 4%, 투자경험은 있으나 현재는 안 하는 경우가 20.3%였다. 일반인은 현재 투자 중인 경우가 6.4%, 투자경험이 있으나 현재 안 하는 경우가 7.5%였다. 한국 부자의 암호화폐 투자 의향은 뜻이 있는 경우가 2.3%에 그치고 아예 없다는 경우가 74.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하겠다는 경우는 23%였다. 이는 외국 부자들에 견줘 국내 부자들이 암호화폐의 가치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순자산 1백만달러 이상의 세계 고자산가 중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9.0%나 되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고자산가의 51.6%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결과와 대조된다.
한국 부자의 주식자산 비중은 2011년 보고서 발간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와 올초 코스피 활황 뒤 차익실현이 어느 정도 이뤄진데다 미국 금리인상과 글로벌 무역갈등 등에서 비롯한 주식시장 기대 감소로 부자들의 주식비중은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조사 시점 때 주식자산 비중은 20.4%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11.8%에 그쳤다.
한국 부자의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는 상승했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장기 불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비중이 60.5%로 전년(43.7%) 대비 약 1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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