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은행계좌를 기반으로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모바일 직불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최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의 하나로 논의되는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등 28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의장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31일 “스마트폰을 활용해 거래대금을 실시간으로 구매자 계좌에서 인출해 다음날 가맹점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의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에 거래정보를 인식·처리할 수 있는 정보무늬(QR)코드 등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은행권 공동 모바일 직불서비스 앱(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은 등이 이런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이유는, 모바일결제 시장이 신용카드사들에 의해 선점돼 저비용인 직불서비스 이용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신용카드사와 각종 간편결제업체가 제공하는 모바일 신용카드서비스는 카드정보를 단순히 모바일기기에 저장하는 수준으로 외국의 모바일 지급서비스 혁신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자료를 보면, 지급수단별 이용 비중(금액)에서 신용카드의 비중이 우리나라는 55%에 이르러 독일(4%), 네덜란드(3%), 덴마크(3%) 등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28%), 미국(25%), 스웨덴(20%) 등보다도 훨씬 높다. 또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율은 신용카드사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각각 평균 2.1%, 1.6%인데, 모바일 직불서비스가 구축되면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2012년 말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따라 은행권이 공동으로 도입한, 현금자동인출기 인출용 카드에 직불지급 기능을 더한 현금카드 결제수수료율이 현재 0.3~1% 수준이다.
자료: 한국은행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자료: 한국은행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최근 중소기업벤처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소상공인페이’ ‘서울페이’ 등과 유사한 모델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은 이병목 전자금융기획팀장은 “올해 초부터 모바일 직불시스템 구축을 구상, 준비해왔는데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다”며 “정보무늬코드 등 기술표준을 우리가 마련하면, 그 기술표준을 가지고 소상공인 가맹점(소상공인페이)이든 서울시내 가게들(서울페이)이든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