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건설·설비 투자 감소와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로 0.7% 성장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1%)에 견주면 저조한 성적표다. 다만 정부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경제회복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을 보면, 2분기 국내총생산은 1분기보다 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한 성장률은 2.9%다. 1분기에 1%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에 1.7%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줄어 전분기보다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6년 1분기(-7.1%) 이후 9분기 만에 최저치다.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 건설과 토목건설이 줄면서 1분기 1.8% 증가율에서 2분기에는 -1.3%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7% 감소해 2012년 4분기(-1.5%) 이후 22분기 만에 최저치였다.
민간소비도 2016년 4분기(0.3%) 이후 6분기 만에 최저치인 0.3% 증가율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해외여행객 감소와 1분기 평창올림픽 개최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0.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정성태 엘지(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올해 들어 반도체설비 투자 조정과 건설경기 둔화에 따라 부진을 보이면서 성장여력이 줄어든데다, 고용이 줄면서 이와 연결된 소비마저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세수 호조에도 재정이 사실상 긴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경기 하강 국면으로 볼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경제가 잠재성장률 범위 내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경제회복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성장률 전망치로, 한은은 2.8~2.9%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 4분기에 0.82~0.94% 성장하면 올해 전망치인 2.9%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반기에 (정부 경기부양책 등) 상방 요인과 (대외 불안 요인 등) 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해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이날 다음달 초 삼성을 방문해 고용·투자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혁신성장은 시장과 기업이 주축이 돼야 한다”며 “혁신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 규모·업종에 상관없이 무조건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건 두고 보자”며 즉답을 피했으나 만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 방문 중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고용·투자를 독려했고, 이 부회장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순혁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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