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질환으로 위기에 빠진 연체차주의 ‘채무조정 요청권’을 대출약관에 명시하는 등, 은행권이 그간 방치했던 개인 채무조정 제도인 ‘프리워크아웃’과 ‘워크아웃’ 제도 활성화에 금융당국이 팔을 걷었다. 은행이 자체 채무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연체차주는 신용회복이 더 빨라지거나 불법 추심의 위험을 피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감독원은 16일 “개인 채무조정 관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6월 말 꾸렸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은행권이 연체차주를 상대로 ‘사적 채무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적 채무조정이란 연체차주의 이자나 원금을 감면해주고 상환 시기를 조정하는 데 은행이 채권자로서 직접 나서는 것이다. 앞서 은행권도 내규를 통해 프리워크아웃과 워크아웃 제도를 운영하긴 했지만, 실행 실적은 극히 미미했다. 은행으로선 자체 채무조정에 나서 인력과 비용을 쓰느니 외부 추심업체에 회수실적 대비 수수료 계약으로 업무를 위탁하거나 부실채권을 추심업체에 파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빚의 연체’엔 채무자 책임뿐 아니라 갚을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채권자 책임도 있다며 사적 채무조정에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금감원은 먼저 위기에 처한 연체차주의 채무조정 요청권을 은행 대출약관에 도입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 반영은 연체차주가 ‘금리인하 요구권’처럼 ‘채무조정 요청권’이 있다는 걸 알게 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며 “금리인하 요구권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소비자가 이를 행사할 경우 상담기록을 남겨 두게 했는데, 채무조정 요청도 상담기록을 남기게 해 추후 당국이 사후관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프리워크아웃에서 연체이자뿐 아니라 정상이자도 감면 대상으로 포함하고, 원금 감면을 해주는 워크아웃은 통상 연체 시작 1년 뒤 장부에서 터는 특수채권이 된 뒤에야 적용해줬는데 연체 90일 이상~1년 미만의 차주에도 적용해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과 논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은행 내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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