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퇴진국민행동,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삼성, 최순실 게이트 관련 손해배상소송 국민 청원인 모집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향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을 마련했다. 이사·감사 후보 추천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제반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재계와 일부 언론의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안을 보면, 이달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감사 후보 추천 방안 등을 2021년 이후 장기과제로 미뤄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를 훼손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는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주주가치 훼손이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러한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가치를 훼손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어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경영진이 개선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효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짚었다.
또 이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은 주총 안건에 대해 다른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의결권 위임장’ 대결도 경영참여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역시 국민연금이 제안한 안건을 통과시키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쪽 안건을 저지하려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연금이 자금을 위탁한 자산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위임여부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용사와 투자대상 기업과 영업상 이해관계 등 이해상충 문제 해소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또 위탁운용사 선정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나 이행여부에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수탁자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동일한 운용철학을 가진 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운용사들이 의결권 관련 전담인력을 늘리고 의결권 자문기관의 전문성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튜어드십코드 초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횡령·배임이나 경영진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해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하고 미개선기업은 중점관리대상 기업으로 선정해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의결권 행사와 연계한다. 여기에는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소송 등 다양한 활동방안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은 주총 이전에 공시하기로 했다. 반대 사유를 충실히 공시해 다른 주주가 의결권 행사에 참고하도록할 목적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한 373개 안건 중 7건만 부결됐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 연대를 통한 의결권 행사의 실질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의결권전문위원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확대개편한다. 전문위원은 정부쪽 인사를 배제하고 기금운용위 소속 기관과 단체가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 14명 이내로 구성해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을 높이도록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도입방안이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제반 여건을 갖춘 뒤에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반쪽짜리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말했다. 주주활동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데 대해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할수 있는 것들을 그때마다 정책적으로 판단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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