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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못했던 대출 다시 해요”…소자본 수렁서 헤매는 ‘K뱅크’

등록 2018-07-02 19:40수정 2018-07-05 15:43

대출 늘면 자본부족 사태
‘태생적 한계’로 증자는 지연
벌써 2번 영업중단·재개

‘BIS’ 이미 10% 근접 추산
8% 아래면 개선조치 대상
국내은행들은 평균 15.34%

규제완화만 바라보는 금융위
자본 건전성 감독엔 먼산 보듯
케이뱅크가 대출영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이상징후가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핵심 대출상품 판매가 석달 이상 중단됐던 터다. 산업자본인 케이티가 경영을 주도하는 케이뱅크가 태생적 한계로 대출이 늘면 자본부족에 따른 영업중단이 뒤따르는 딜레마에 빠졌다.

케이뱅크는 한때 예적금담보 대출을 뺀 5가지 대출상품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가 지난 1일 0시를 넘겨서야 4개 상품의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앞서 직장인케이신용대출과 직장인케이마이너스통장은 6월15~30일, 일반가계신용대출은 6월16~30일, 슬림케이신용대출은 6월21~30일 판매를 중단했다. 미니케이간편대출은 금리 재설계를 이유로 지난달 4일부터 지금껏 판매가 중지돼 있다. 상품별로 제각각 10~28일간 판매가 중단됐는데 6월 중 최소 열흘은 대출이 아예 막혔던 셈이다.

365일, 24시간 영업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대출영업 문을 걸어잠근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자본확충 능력 부족 탓이다. 지난해에도 9월 말 1천억원 증자를 앞두고 그랬고, 올해도 오는 12일 두번째 증자 대금 1500억원 마련에 진땀을 빼며 영업을 멈췄다.

은행은 업종 특성상 매출격인 대출을 많이 팔고 싶으면 그만큼 자본을 많이 쌓아야 한다. 대표적 규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비아이에스 비율)인데, 8% 밑으로 떨어지면 부실화를 우려해 정부가 경영개선을 권고하는 ‘적기시정치조치’를 내린다. 올해 1분기 말 공시된 국내 은행의 평균 비아이에스 비율은 15.34%였고, 국내 은행이 이를 두자릿수 비율로 유지하는 것은 당연시 된다.

하지만 법정자본금이 3500억원인 케이뱅크는 두번째 증자가 거듭 지연된 탓에 비아이에스 비율이 7월 현재 위험수위인 10%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은행은 1분기 말 비아이에스 자기자본이 1419억원이고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은 1조524억원으로, 비아이에스 비율이 13.48%(1419억/1조524억)로 산출됐다. 현재 영업손실이 확정적으로 나기 때문에 종업원 급여 등 고정비로 100억원만 깎아먹어도 비아이에스 비율은 1%포인트가량 하락한다. 영업시작 이후 급여 등 일반관리비가 분기당 평균 230여억원이 나가는데다 대출증가·영업손실 등을 고려하면 비아이에스 비율은 2분기 말 현재 위험수위인 10% 근접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케이뱅크는 급여 등 나갈 돈이 정해진 상황에서 자본한도를 고려해 6월 중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익분기점이 머나 먼 상황에서 연간 고정비로만 자본금 1천억원을 깎아먹기 때문에 이번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일반 시중은행이 점포에서 대출 창구를 닫았다면 일찌감치 가시적 움직임을 보였겠지만, 케이뱅크에 대해선 난감하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타 시중은행 같으면 비아이에스 비율이 15% 밑으로만 내려가도 예의주시하겠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특수성이 있어 일단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탄생의 산파 구실을 한 인터넷전문은행 중 한 곳이 처음 인가조건과 달리 출범 1년여 만에 자본확충 한계를 거듭 드러내는 중이지만 저질러 놓은 일이다 보니 감독당국도 뾰족수를 못 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시중은행 라이센스’를 줬으면 규제체계의 일관성을 고민해야 하는데, 특정기업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허물자 하니 인가를 내준 관료의 책임을 덮기 위해 ‘원포인트 특혜’를 주려한다는 논란이 따라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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