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한 곳에서만 가계대출자의 소득을 적게 입력해 금리를 과다산정한 사례가 1만2천여건으로, 최대 25억원 가량을 환급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쪽은 ‘금리산정 오류’라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은 ‘고의적 조작’이었는지 살피고 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수십건에서 수백건에 이르는 금리 과다산정 사례가 드러나 환급절차에 착수했다.
26일 경남·하나·씨티은행은 가계·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 1만2279건에 대해 금리를 과다산정해 고객으로부터 26억6900만원가량의 이자를 더 받아낸 사실을 공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과했다. 이 은행들은 7월 중 또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환급조처를 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2~3월 케이비(KB)국민·신한·우리·하나·엔에이치(NH)농협·기업·한국씨티·에스시(SC)제일·부산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 점검을 한 데 이어, 4~5월엔 경남은행 등 일부 은행에 대해 신용프리미엄 산정의 적정성과 대출금리 산정에 필요한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별도 점검했다. 신용프리미엄이란 가산금리를 책정할 때 고객의 신용등급 등 리스크 관리비용을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경남 창원시에 본점을 둔 경남은행의 가계대출 이자 과다청구 실태는 충격적이다. 경남은행은 신용프리미엄을 계산할 때 ‘부채비율 가산금리’(총대출/연소득)를 활용했는데, 해당 비율이 250~350%를 넘어서면 0.25~0.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은행이 2013년 1월~2017년 12월 대출금리 산정에 활용한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해 보니, 증빙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연소득 금액을 적게 입력하거나 누락하는 등으로 금리가 올라간 사례가 1만2천여건이나 드러났다. 이는 가계대출(비상품대출) 20여만건의 6% 정도를 차지한다. 경남은행은 쪽은 “직원들이 추가 제출된 증빙서류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거나 노후 시스템 문제로 산정 오류를 잡아내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자체 점검을 거쳐 최대한 빨리 환급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금리산정 오류’라고 설명했지만, 가계대출 16~17건 중 한건 꼴이어서 ‘고의적 조작’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이나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 사례가 많아서 ‘고의성’에 대한 부분을 배제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지방은행 등에 대해선 상시감시 차원에선 유사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다시 자체점검 지시를 내린 상태”라며 “추가 검사 확대 여부는 추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2012년 1월~2018년 5월 취급한 대출 690만건 중 252건(0.0036%)에서 금리 오류가 발견돼 1억5800만원을 환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과다청구 건은 가계대출 34건, 기업대출 18건, 개인사업자 대출 200건이었다. 건당 63만원의 이자가 과다 청구됐다.
씨티은행도 2013년 4월~2018년 3월 취급한 담보부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 27건에 대해 금리 오류로 이자가 1100만원가량 과다 청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평균 잡아 건당 41만원을 더 받은 셈이다. 씨티은행 쪽은 “담보대출에 신용대출 원가를 적용하는 등 오류로 이자가 더 많이 청구됐다”며 “7월 중 이자 환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씨티·경남은행을 뺀 나머지 검사 대상 은행 대부분은 금감원에서 아직 지적사항을 최종 통보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또 문제가 된 은행들도 ‘금리 오류’일뿐 ‘금리조작의 고의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은행뿐만 아니라 하나·씨티은행에 대해서도 고의성 여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고 추가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며 “나머지 은행들의 금리산정 불합리 건은 제도 개선 사항이기도 하고 은행들이 금리산정 오류가 아니라고 반박을 하는 부분도 있어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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