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삼성 등 7개 카드전업사
올해 1분기 ‘고이율’로 24조 매출
작년보다 2조3천억 늘어
경영악화에 ‘이자장사’ 확대
올해 1분기 ‘고이율’로 24조 매출
작년보다 2조3천억 늘어
경영악화에 ‘이자장사’ 확대
최근 수년 동안 수수료율 인하 압박을 받아온 카드회사들이 올해 들어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고이율 상품 취급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을 보면, 2015년 1분기 20조원대, 2016~17년 1분기 21조원대였던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현금서비스·카드론 매출이 올해 1분기 24조원 규모로 뛰어올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2016년~2017년 1분기 1조9500억원가량이던 카드론 취급고를 올해 1분기에는 2조3800억원으로 20% 넘게 늘렸다. 현금서비스(3조5600억원)까지 더한 1분기 매출은 6조원에 육박한다. 2위인 삼성카드도 카드론 매출을 지난해 1조5천억원에서 1조8900억원으로 20% 이상 늘렸고, 현금서비스도 10%가량(2조300억원→2조2400억원) 확대했다. 3~4위권 다툼 중인 현대카드는 카드론을 지난해 1조3천억원에서 1조6300억원으로, 케이비국민카드는 현금서비스를 2조1500억원에서 2조3200억원으로 늘렸다.
중위권에서는 우리카드가 카드론 매출을 업계 최대인 30% 넘게(7500억원→1조원) 늘려 두각을 드러냈고, 하나카드도 카드론 취급고를 7700억원에서 9700억원으로 20% 넘게 확대하면서 두 회사가 나란히 카드론·현금서비스 합계 분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나마 증가율이 낮은 롯데카드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규모를 1천억원씩 늘렸다.
카드사들이 연평균 이자율이 각각 15%, 20% 수준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확대에 나선 이유는,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0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신용카드회사는 시장금리 상승,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다양한 결제수단 확산 등의 영업환경에 직면”했다며, 8개 전업카드사(7개 전업사+BC카드)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014년 2.5%→2015년 2.1%→2016년 1.8%→2017년 1.2%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총자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가 4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조2천억원→2조원→1조8천억원→1조3천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2011년 2.1%에서 지난해 1.8%로 낮아졌다.
수익성뿐 아니라 자산건전성에도 노란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존 금융기관 대출 상환을 위한 대환대출 잔액이 2014년 7100억원에서 지난해 8400억원으로 오름세를 보였고, 2014~16년 7천억원대였던 부실채권 상각액은 지난해 9100억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1.8%였던 연체율이 고이율 상품 취급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올해 1분기에는 1.96%로 올랐다.
고이율 카드론·현금서비스 주 이용자층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며 카드수수료율을 낮추자 중·저신용등급 서민들 대상 이자장사가 확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올해 2월 27.9%에서 24%로 낮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구매 때 캐시백 서비스 경쟁이, 최근에는 각종 요금 자동이체 캐시백 경쟁이 치열했는데, 금융당국이 수시로 마케팅 경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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