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쪽 주장
근무시간 단축 위해서는
업무시간에 커피·흡연
비효율적 회의 등
느슨한 직장문화 바꿔야
노조쪽 주장
오전 9시 공식업무 시작인데
76% “8시이전 출근” 공짜노동
일과 끝났는데 ‘카톡업무 지시’ 등
기업문화부터 바로잡아야
산업단위 단협이 ‘52시간’ 현실 규정할듯
근무시간 단축 위해서는
업무시간에 커피·흡연
비효율적 회의 등
느슨한 직장문화 바꿔야
노조쪽 주장
오전 9시 공식업무 시작인데
76% “8시이전 출근” 공짜노동
일과 끝났는데 ‘카톡업무 지시’ 등
기업문화부터 바로잡아야
산업단위 단협이 ‘52시간’ 현실 규정할듯
그래픽_김지야
공짜노동 관행 바꿀 출퇴근 기록 투명화
은행원의 기본 근무 형태는 오전 9시 영업에 앞서 업무준비시간 30분을 고려해 오전 8시30분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업무를 종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조 쪽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네명 중 세명은 연장근무 수당 신청을 하지 않는 아침 공짜노동을 한 시간 이상 하고 있다. 은행원 55%가 오전 7시31분에서 8시 사이에 사무실에 들어서는 등 오전 8시 이전 출근이 76%에 이른다. 또 평균 퇴근 시간도 저녁 7시 이전은 26%에 불과하고, 46%가 저녁 7~8시, 28%가 저녁 8시 이후로 늦은 편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지점장이 아침 8시 이전에 출근해 회의를 한 뒤 업무 시작을 하는 등 아침 공짜노동은 흔하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52시간제 1년 유예업종이지만, 노사가 조기도입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는 산별교섭에서 ‘출퇴근 기록 시스템 의무화’를 단협 우선 과제로 요구했다. 업무의 시작과 끝을 투명하고 손쉽게 기록·점검할 수 있어야 52시간제가 자리 잡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카카오톡 등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퇴근 뒤 업무지시 금지를 단협에 명시해 일과 휴식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 노조가 시시티브이 기록 등을 대조해 공짜노동 사례들을 고발하는 등 근무시간 측정에 대한 업권 내 불신은 상당하다. _______
사회적 장벽 뚫어야 할 점심 피시오프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은 6월 들어 점심시간 피시오프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아이비케이 런치타임’이란 피시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했는데, 이를 작동하면 업무화면이 한 시간 동안 차단된다. 52시간제를 조기도입하는 이 은행은 7월 이후 점심 피시오프제 시행도 궁리해 볼 방침이다. 현재 런치타임 프로그램은 필요하면 언제든 업무화면 차단을 풀 수 있지만, 진짜 점심 피시오프제를 적용하면 업무화면을 강제 차단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이런 실험은 최근 은행 영업점들이 10명 안팎 인력구조로 소형화하면서 점심 휴게시간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영업점들은 지점장과 2~3명의 부점장 등 관리직급을 빼면 창구 인력이 5~6명 안팎으로 점심시간 교대 여력이 빠듯하다. 직원들이 시간에 쫓기며 늘상 식사를 허겁지겁 때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노조는 손님이 몰리는 낮 12시 시간대를 피해 일선 병의원들처럼 한 시간 영업을 중단하고 점심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들이 점심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배경엔 영업점 슬림화 등 달라진 금융환경이 놓여 있다”며 “하지만 직장인 고객 불만 등 사회적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문제도 녹록잖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유연’근무제…‘유연’의 주도권이 문제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로 직원들이 한달에 8차례 한도로 업무 시작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사정에 따라 오전 10시30분에 업무를 시작하면 오후 7시30분에 업무를 마치도록 근무형태를 짤 수 있다. 또 올해 3월부터는 오전 8시~10시30분을 30분 단위로 쪼개어 업무 시작시간 선택지를 크게 넓혔다. 다만 업무시작 30분 전에 출근하는 관행은 예전과 똑같다. 이처럼 은행권은 52시간제를 앞두고 다양한 유연근무제 모델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런 유연화 주도권이 사용자 쪽에 기우는 데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예컨대 이른 출근을 하고도 이른 퇴근은 눈치를 보는 등 52시간제 취지만 흐릴 공산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험·카드·증권사 노조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는 이런 판단에서 유연근무제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이에 우리은행이 올해 한가지 장치를 추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노조가 유연근무제와 근로시간 준수 등에 대한 영업점 핵심평가지표(KPI) 일부 평가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오전 8시~오후 5시 유연근무를 택한 직원의 업무피시가 제때 꺼졌는지 등을 노조가 영업점별로 점검해 점수를 매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영업점 간 점수 경쟁이 치열해 노조 배점에 따라 실적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_______
악마는 디테일에…산업별 노사 단협 주목해야
외국계 은행들은 이번 52시간제 진통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몰입근무나 휴식·휴가를 존중하는 직장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인 에이치에스비시(HSBC)코리아는 연간 휴가 일수의 50% 이상을 반드시 붙여서 쓰도록 하는 ‘코어 리브’(Core leave) 제도를 운용하며, ‘일과 휴가의 명확한 분리’도 제도화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코어 리브 땐 통상 2주를 쉬고, 휴가 기간엔 은행 시스템 접속뿐 아니라 은행 건물 출입도 제한하는 등 일과 휴가를 확실히 분리한다”고 전했다. 에스시(SC)제일은행은 오전 9시부터 11시30분까지 2시간30분을 집중근무 시간으로 운용한다. 이 시간대엔 커피나 흡연, 회의·전화 등을 자제하고 혼자 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은행 내 카페조차 오전 9시~10시엔 상징적으로 음료 판매를 중단한다. 이와 달리 우리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을 미덕으로 여긴 세월이 길다. 52시간제 7월 시행을 앞두고 혼란이 커지자 정부는 향후 6개월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엔 산업·업종별 특성에 맞는 단협체결 등 실질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근주 연구위원은 “노동부가 52시간제 운용 지침을 냈지만 향후 산업단위 교섭에서 단체협약 등으로 풀어가야 할 지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단계적 시행이 끝나는 2022년까지 실질 노동시간 단축을 이끌 세부 제도 보완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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