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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 대출금리 ‘주먹구구’

등록 2018-06-21 19:27수정 2018-06-21 19:50

소득 늘어 대출금리 내려달라 요구하니…
별 이유 없는데도 우대금리 축소 ‘꼼수

금감원, 부당한 대출금리 적발
은행, 금리산정 모범규준 비공개
“은행 이해따라 입맛대로 해석 운용”
소비자, 금리 책정 적정성 판단 쉽잖아
그래픽_김승미
몇달전 ㄱ씨는 직장 소득이나 직급 등이 올라갔을 때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할 수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ㄴ은행이 가산금리 산정 시스템을 돌려보니 ㄱ씨의 신용도가 올라가 금리가 내려가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ㄴ은행은 그만큼 금리를 낮춰주는 대신 그간 적용해주던 우대금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축소해, 결과적으로 ㄱ씨가 받을 수 있는 금리 인하폭은 응당 받아야 할 몫보다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월 국내 은행 9곳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을 검사한 결과, 이러한 가산금리 산정 불합리 사례들을 다수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적정한 근거 없이 금리를 올릴 경우 두고 보지 않겠다는 ‘우회적 군기잡기’ 신호로 읽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내기 등으로 시장금리가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분위기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사 대상은 케이비(KB)국민·신한·우리·케이이비(KEB)하나·엔에이치(NH)농협·기업·한국씨티·에스시(SC)제일·부산은행이었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해 정해진다. 대표적 가계대출 은행인 국민은행이 5월에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일시상환방식)의 평균대출금리는 3.53%로 공시됐다. 이는 기준금리 1.79%에 가산금리 1.74%를 더한 것이다. 코픽스·양도성예금증서(CD)·금융채 금리 등을 기준금리로 설정한 뒤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도(신용프리미엄)와 은행의 영업목표 마진 등 8가지 요소를 고려해 정해진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를 보면, 신용프리미엄 산정은 경기변동도 반영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재산정 해야 하는데 일부 은행은 수년간 고정값을 쓰거나 불황기를 기준으로 삼아서 가산금리를 높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객의 실제 연소득 8300만원을 입력하지 않거나 3천만원짜리 담보를 입력하지 않아서 가산금리가 올라가며 50만~96만원의 이자를 더 물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몇 유형에선 다수 지적사례를 적발했으나 추후 은행 해명 등 보완 검토를 거쳐 환급 등 피해자 구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적발 사례에서 엿보이듯, 금융소비자들은 대출계약을 맺을 때 은행이 가산금리를 명백하게 잘못 책정해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 안에서도 관련 기준이 두루뭉술해 적정성을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은행연합회가 2012년 처음 제정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모범규준’은 투명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지난해 4월 상대적으로 큰폭으로 개정됐다. 하지만 이 규준은 대부분의 자율규제가 외부에 공개된 것과 달리 별다른 이유 없이 비공개 대상일 정도로 투명성이 떨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규준이 지난해 개정에서 좀 더 구체화됐지만, 막상 적정성 검사를 나가보니 은행마다 모범규준을 자기네 이해에 맞춰 입맛대로 해석을 달리해 운용하더라”면서 “재개정을 하는 쪽으로 감독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대출고객에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실적 등을 반영한 부수거래 우대금리를 추가로 명시한 금리산정 명세서를 주도록 해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이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대대적 개편에 팔을 걷었던 게 지난해 4월이었는데도 투명성에 대한 금융소비자 불신이 여전한 점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제시한 이번 개편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크게 차별화된 지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사 결과 발표도 “전반적인 은행 금리체계는 모범규준을 따르고 있다”면서, 단편적인 적발 사례를 열거하기만 해서 은행권 전체 가산금리 운용 실태에 대한 큰 틀의 판단은 모호한 상태로 남겨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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