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보유세 개편 권고안 발표를 앞둔 20일 세종시 아파트 견본주택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 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22일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 혁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전세가격(전세보증금)이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약 20만가구는 집주인이 돌려줄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고 ‘2018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서는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전세자금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안정 현안 가운데 하나로 ‘최근 전세시장 및 대출 동향과 시사점’을 다뤘다. 전세가격이 외환위기 때 수준인 20% 급락할 경우 임대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을 살폈는데, 그 결과 전체 임대가구 274만가구 가운데 78.4%는 금융자산이 전세보증금 전체(47%) 또는 전세보증금 감소분(31.4%)보다 많아 자신의 금융자산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었다. 또 14.5%는 거주주택의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아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7.1%(약 20만가구)는 금융자산이 보증금 감소분보다 적거나 없고, 집값(금융위기 때처럼 13% 하락 가정)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아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신용대출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보증금 반환분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전체 임대가구의 1.5%(약 4만가구)는 원리금 상환에 총수입의 40%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빚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다주택 임대가구 비율은 34.2%로, 1주택 임대주택(15%)보다 훨씬 높았다. 한은은 “전세가격의 점진적 하락은 가계나 금융기관에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주택시장 전반이 위축될 경우 그 파급 영향이 커질 수 있고 일부 다주택 임대가구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최근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가계부채 총량 증가뿐 아니라 보증기관 등의 잠재리스크 축적 측면에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전세자금 대출액은 72조2천억원으로, 약 3년 전인 2014년 말(35조원)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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