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 한번 구조개혁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12일 오전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도 국내경제는 지난 4월에 본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우리 경제에는 성장·고용·소득·소비의 선순환을 제약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구조적 요인 속에서 빚어진 고용부진,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에 크게 의존한 성장, 소득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등을 언급한 뒤, “국내외 경제가 성장세를 보일 때 구조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주체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미룬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소득불균형 심화 △가계부채 누증 △차세대 첨단산업 발전 지연 등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 성장세가 회복되고 재정이 확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이 개혁 추진의 적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는 “정부와 민간 경제주체들이 협력해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정부는 구조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주체 간 갈등을 원활히 조정하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 책임을 뚜렷이 했다. 구조개혁 주도의 정부 책임을 명확히 한 셈인데, 구조개혁과 관련한 문제의식이 좀더 확고해졌음을 추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아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 “성장과 물가의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가겠다” 등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은행의 하반기 역점 추진사항으로 △물가안정목표 점검 △정책 커뮤니케이션 유효성 제고 △금융안정 유의 △새로운 경제 이슈에 대한 연구와 대응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인사 등 내부경영에 관한 권한을 하부위임하고 보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며 “제도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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