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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오후 4시 절반이 퇴근, 오후 6시 피시에 ‘연장 승인 누르세요’

등록 2018-06-06 18:06수정 2018-06-07 14:24

IBK기업은행 홍보부는 ‘주 40시간 근무’ 시범운영중

휴일 4시간 근무자는 전날 오후 2시 퇴근
아침 6시30분 출근하면 오후 4시에 퇴근
나머지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7시 퇴근

“대외업무 많은 부서는 근무시간 단축 한계 분명
한 회사만 해선 실패할 공산 사회가 다함께 가야”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공보팀 여섯 자리 중 세 자리는 오후 2시, 오후 4시 순차적으로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일찌감치 비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7월 조기도입에 대비해 언론홍보·사내방송·디자인·광고집행 등의 업무에서 40여명이 일하는 홍보부 전체가 이달 1일부터 ‘주 40시간 근무 지키기’ 시범운영에 들어간 결과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7일 기존 ‘피시(PC)오프제’(근로시간 준수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피시가 꺼지도록하는 것) 시스템을 새로 개편한 데 이어, 새로운 법정한도보다 더 단축된 주 45시간 이하로 근무시간을 줄여보자는 알림도 띄웠다. 주 52시간제의 취지가 장시간 근무를 해소하자는 것인데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연장근무 수당 등 인건비 지출의 한계도 고려한 결정이다.

은행권은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내년 7월 시행으로 1년간 유예를 받았으나,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시간 단축 목소리를 높이자 조기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올해 7월 조기도입 일정을 굳히고 조직별로 근무시간 단축 실험의 첫발을 뗐다.

당장 기업은행은 피시오프제 시스템을 직원 개개인이 해당 주에 사용한 연장근무 시간량과 잔여한도가 한눈에 보이도록 바꾸었다. 주중 연장근무 법정한도는 12시간이지만 주 45시간 이하가 목표치여서 연장근무 5시간을 채우면 알림도 해준다. 오후 6시면 모든 업무용 피시에서 동시에 팝업창이 뜨면서 연장근무 승인을 요구하는 체제다.

6월 한달간 주 40시간 근무 실험에 들어간 홍보부서는 영업부서 등과 함께 대외협력 관계가 많아서 공휴일 근무나 야근, 조기출근 등이 잦다. 은행원은 통상 업무준비 시간을 고려해 영업이 시작하는 오전 9시보다 이른 오전 8시30분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업무를 종료하는 게 기본 근무 형태다. 공보팀의 경우 팀원 6명 중 2명이 조간신문 보도를 보고하기 위해 날마다 돌아가며 오전 6시30분에 출근한다. 저녁엔 가판신문 동향 보고를 위해 오후 7시 퇴근이 기본이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가판신문 동향을 살피려 1명씩 4시간 근무를 한다. 결국 부서에선 조기 출근자와 공휴일 근무자에게 ‘이른 퇴근권’을 주는 게 답이란 결론을 내렸다. 공휴일 4시간 근무자는 전날 오후 2시 퇴근을 하고, 아침 조기출근 당번들은 오후 4시에 퇴근을 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오후 7시 퇴근을 하는 대신 출근을 오전 8시30분에서 9시 이후로 늦췄다.

이 때문에 지난 5일엔 현충일 근무 예정자까지 오후 2시에 퇴근을 해서 4시 이후엔 팀원 절반인 3명만 남았던 셈이다. 주 40시간 근무 실험이 시작된 지난 1일 첫 2시 퇴근자였던 마아무개(30) 대리는 “많이 아픈 게 아니면 휴가 내고 병원 가기도 쉽지 않은데, 이른 퇴근을 한 김에 미뤘던 기관지 치료를 받으러 병원도 가고, 수원 부모님 집에 내려가 개를 데리고 산책도 하는 여유를 부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40시간 지키기는 쉽지 않은 ‘실험적 미션’이다. 대외업무가 많은 홍보팀 특성상 조찬·만찬 형태의 외부 행사 참석, 저녁 술자리 등도 고민이 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범운영을 통해 업무 특성이 파악되겠지만, 사회가 다함께 노동시간 단축 문화로 가지 않으면 영업·홍보 등 대외업무가 많은 부서는 근무시간 단축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면서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어느 기업이든 조찬·만찬 행사 등 업무시간 외 벌어지는 공식 일정이 흔한 분위기이고, 점심·저녁 식사 시간도 대외업무의 연속인 경우가 많지 않냐”고 말했다. 공보팀은 첫주부터 ‘40시간 지키기’에서 미션에 실패할 공산이 커졌다. 5일 저녁 은행장 운전기사의 52시간 근무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팀원들의 퇴근이 저녁 8시까지 미뤄졌기 때문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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