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1.5%로 동결하면서, 현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진단을 내렸다.
금통위는 2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올해 네번째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1.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며, “국내경제는 설비투자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3% 성장률을 전망한) 지난 4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회의 뒤 내놓은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보면, 3월 중 국내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7% 증가해 1월(1.9%), 2월(0.8%)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 서비스업 생산도 도소매와 음식 및 숙박업을 중심으로 0.4% 늘어 2월 -0.2%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설비투자지수(-7.8), 건설기성액(-4.5%), 제조업생산지수(-2.2%) 등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도 3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축소되고 4월 통관액도 1.5% 줄었지만, 한은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소비자물가도 내수경기 회복, 국제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세계경제 흐름과 관련해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유지했다. 다만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시장국에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미국 정부 정책방향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바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과 지난 3월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었지만,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오른 국제유가 흐름과 신흥국 위기에 국내 취업자수 증가가 석달째 10만명대에 머무르는 등 고용부진까지 겹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연준의 6월 정책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격차가 0.5%포인트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한은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7월12일 열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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