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동안 가계부채(가계신용)가 17조2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로는 1% 남짓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서는 8% 늘었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2018년 1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전분기 말(1450조8천억원)보다 1.2%(17조2천억원) 늘어난 1468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에서 금융기관 등에서 돈을 빌릴 가계대출은 1.2%(16조9천억원) 늘어난 1387조원, 외상(할부) 구매에 따른 상환 예정 부채인 판매신용은 0.3%(3천억원) 늘어난 81조원이었다.
1분기 중 가계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1359조1천억원)에 비해서는 8%(108조9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8.1%)에 이어 2분기째 8%대 증가율인데, 가계부채 급증세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5년 1분기(7.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2016년 4분기(11.6%) 이후 5분기째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6조6천억원)보다는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한국은행 문소상 금융통계팀장은 “계절적 요인으로 1분기에는 증가율이 낮고 2~4분기에는 더 높다. 올해 1분기 증가액이 지난해 1분기보다 많은 이유는, 올해 4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앞두고 주택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23만3천호로, 지난해 1분기(19만9천호)보다 17%가량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 16조9천억원이 늘어난 가계대출의 경우, 예금은행에서 8조2천억원(1.2%), 상호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우체국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7천억원(0.2%), 보험사·카드사·할부사·연금관리공단·주택금융공사 등 기타금융기관은 8조원(2%)씩 증가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금은행에서는 가계부채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8조4천억원에서 3조6천억원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다만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이 401조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400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대비 가계신용 증가율이 8%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전망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가계부채 추이 전망과 관련해 문 팀장은 “(대출의 원리금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보다 많다는 변수도 있다. 결국 가계부채 하방(낮추는), 상방(높이는) 요인이 다 있는 셈이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1분기(7만4천가구), 2분기(7만7천가구)보다 60% 이상 증가한 12만1천가구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증가액 17조2천억원은 금융위·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속보치 13조4천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많다. 이는 한국은행 통계에서는 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을 포괄하고, 신협·상호금융에서 만기 도래한 가계대출 일부를 사업자대출(기업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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