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지하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모습. 사진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에 이어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신한금융지주가 대북 금융지원이나 경협 관련 태스크포스 팀이나 협의체를 준비하는 등 남북관계 진전에 대비하는 민간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1일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3일 조용병 지주회장 이하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하는 ‘그룹경영회의’에서 향후 남북 경협의 전략방향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이르면 이달 중 그룹 차원에서 남북 경협 대응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룹경영회의는 매달 한 차례 정도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4월 말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급진전되자 경협 전략이 회의에 새 의제로 들어갔다. 이번 회의 이후 금융지주 중심으로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협 협의체를 만들어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주요 그룹사들이 구체적 사업추진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금융그룹 싱크탱크인 미래전략연구소도 ‘북한 경제현황과 남북 경제 협력 방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하나은행도 최근 남북 경협 사전 준비 차원에서 ‘대북 금융지원 태스크포스’를 조만간 출범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북한의 정치·경제·사회와 금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은행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와의 사업 연계 가능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북재제가 풀리고 정부 차원 경협이 활성화하는 수준에 발맞춰 장단기 금융지원이나 사업화 가능성 등을 짚어볼 계획이다. 단기적으론 남북 경제금융 세미나를 열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여신 지원 채비를 하고, 장기적으론 도로·철도 등 대북 인프라 투자가 있을 때 직간접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9일 ‘남북 금융 협력 태스크포스’를 가장 먼저 출범시켰다. 앞으로 우리은행 개성지점 재입점 등 기존 남북 경협 사업을 회복하고, 향후 정부 주도 대북 인프라 사업 등이 추진될 경우 금융자문과 여신제공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4년 개성공단에 영업점을 개설했으나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로 지점을 철수했다. 하지만 현재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지하에서 개성공단 임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이 지점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 피해 기업에 ‘경영안정 특별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케이비(KB)금융지주는 아직 대북 경협관련 대응 협의체나 태스크포스 등 준비 조직을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조직 형태나 출범 시기가 구체화하진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급진전됨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들이 대응 체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나 앞으로 정부 차원의 대북 경협 밑그림이 나와야 실체적 사업을 꾸리는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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