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원들이 인천시 부평공장 담벼락에 붙인 대자보들 모습. <연합뉴스>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미 지엠이 오는 20일 이후 한국지엠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거론하며 노사 임단협 합의를 압박하는 가운데 2대 주주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이 문제를 미 지엠 본사와 한국지엠 회사 쪽이 해결해야 할 일로 선을 그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지엠이 노사 임단협 갈등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거론하는 것에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다. 미 (지엠) 글로벌 부문 댄 암만 사장이 ‘20일 임단협 안 되면 부도난다’, 이 말을 발표한 것 같은데, 우리도 플레이어 중의 한 명으로 섣불리 얘기할 문제는 아니고 지켜보겠다.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임단협 갈등에 대해선 “(77% 지분을 가진 대주주인) 미 지엠과 노조가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 지엠은 한국지엠 노사의 임단협 갈등에 대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로이터>는 “암만 사장이 12일(현지시각) ‘20일 이후 한국지엠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 실사에 대해선 여전히 이전가격 등 원가 관련 핵심자료가 미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 지엠 요청 등에 따라 실사를 서두른다면서도 애초 일정(두달)보다 더 빨리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실사에) 핵심적인 건 이전가격 문제인데, 그건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글로벌 전략이고 세금 이슈가 관련돼 있어서 실랑이 할 수밖에 없다”며 “(미 지엠 쪽이) 힘들다고 데드라인, 데드라인 하니까 가급적 빠르면 좋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우리는 자료를) 받아야만 결정할 수 있다. ‘못 받으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을 때 ‘이거 끝’ 하고 선언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애초 지엠과 협의한 실사 일정은 충분한 자료제출을 전제로 5월12일이 기한이었다. 하지만 실사 진행 과정에서 미 지엠 쪽이 실사 조기완료를 요청함에 따라 산은은 4월 말, 늦어도 5월 초순까지 마무리짓는다는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산은 쪽은 4월20일 중간보고서 제출 일정이 가까워졌는데도 핵심 실사자료 제출이 여전히 미진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실사의 성공적 진전과 연계해 한국지엠의 자금부족분 일부를 산은이 브릿지론으로 4월27일께 지원하기로 했던 계획은 사실상 철회됐다. 산은은 미 지엠이 자금 요청을 사실상 철회했다고 확인했다. 미 지엠 글로벌사업 총괄 배리 엥글 사장은 이날 산은을 방문했으나 이동걸 회장은 만나지 않고, 성주영 부행장만 만나 실무논의를 진행했다. 미 지엠이 20일 한국지엠 노사 협의 타결 데드라인을 전제로 법정관리를 언급하는 것과는 별도로, 실사가 완료된 이후 한국지엠 지원 본계약에 대한 실무논의를 이어간 셈이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 실사 뒤 신규자금 지원 논의와 관련해 “우리는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미 지엠 쪽은 차등감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넘어야 할 산 중의 하나다”라고 언급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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