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사임으로 번진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력·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검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정치권에선 ‘채용비리 최종 책임론’, ‘금융당국 도전 응징론’ 등이 거론되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금융그룹 전체가 살얼음판 위에 선 모양새다. 최 위원장도 이번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하나금융 경영진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은행권에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최 위원장은 “(최흥식 원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2013년을 중심으로 해서 하나은행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사실 확인을 하겠다. 검사 인력, 검사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확실히 조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은 3개 반으로 이뤄진 검사단을 꾸려 최성일 부원장보가 단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검사단은 4월2일까지 3주간 2013년 하나금융 채용청탁 의혹을 조사하되, 조사 연도와 검사 기한은 필요에 따라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정무위에선 김정태 회장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최 원장 건이) 2013년에 이뤄진 건데 김정태 회장이 2012년부터 하나금융 지주 회장을 하고 있다. (중략)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채용비리가 이뤄졌고 (해명 과정도)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태 회장에게 감독 책임을 묻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채용비리 건을 바로잡아야 하는 정부당국에 대해 반격카드를 쓰는 것이라면 가만 놔둬서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 위원장은 “(최 원장) 보도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다면 하나은행의 경영진도 이러한 것들이 제보된다는 사실을 아마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추론”이라고 언급했다.
채용비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금융권은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시하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김정태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과 ‘셀프 연임’ 갈등을 빚었지만 오는 23일 주총에서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채용비리 검사가 지나치게 민간 금융사를 옥죄는 데 대한 우려들이 나온다”며 “검찰 수사와 재판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그간 관행에 대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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