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 실사 착수에 앞서 실사 범위와 방법 등을 정하기 위한 미국 지엠과 산업은행 간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이번 실사가 단순히 재무상태 진단을 넘어서 그간 누적된 부실 원인과 책임 소재를 찾아가는 포괄적인 경영진단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한국지엠 매출원가율의 적정성 등을 실사 항목에 넣어 규명하고 관련 세무조사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정무위에 출석해 “한국지엠 회생 가능성은 원가 구조에 달려 있다고 본다”며 “원가 부분을 집중적으로 실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원가율은 2016년 기준 한국지엠이 93.1%로 국내 완성차 업체 평균(81.3%)보다 훨씬 높다. 지엠 북미법인도 같은 해 원가율이 84%였다. 지상욱 의원(바른미래당)은 지엠 북미법인과 같은 원가율을 한국지엠에 적용하면 2014~2016년 누적 순손실 2조원 적자기업이 누적 순익 1조원 흑자기업으로 뒤바뀐다고 추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지엠의 원가율과 관련해 이전가격 문제가 있어 세무조사 필요성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필요성이 인정돼 국세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정무위 업무보고 자료에서 한국지엠의 부실화 원인을 중국·북미 위주 사업재편이란 글로벌 전략 변화와 원가구조 등 불투명한 경영 방식으로 짚었다. 이동걸 회장은 실사에 대해 “원가의 핵심 5대 요소가 있다. 차입금에 대한 금리, 인건비, 기술료 등이다. 이걸 집중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과 지엠 간 불신의 골은 깊다. 당장 이번 실사를 삼일회계법인이 맡는데, 이 회계법인은 지난해 4월말 한국지엠의 비협조로 실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삼일 쪽은 지난해 국감에서 “한국지엠이 회계법인 직원 상주를 거부하고, 소프트 카피(디지털파일)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산은은 2010년 한국지엠의 독자적 생존을 위한 장기 발전방안에 합의해 매년 장기 경영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이후 “수차례 협의 요청에도 지엠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지엠이 큰 틀에서 ‘협조’를 얘기하고 돌아갔지만, 실사 협상이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실사의 디테일이 추후 실사 결과를 좌우하고, 나아가 지원 여부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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