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은행장과 이사부행장만을 대상으로 퇴임 뒤 처우 수준을 높이는 인사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 대비 조건이 상향된데다 혜택을 볼 사람은 윤종규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찬반설문 조작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퇴직 부행장밖에 없어서 연임 공훈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국민은행 ‘경영자문역 계약기간 및 월보수’ 자료를 보면, 퇴임 전 직위가 은행장이나 이사부행장이었을 경우 자문역 계약을 맺어 월보수를 퇴임 당시 월정액급(연간 기본급의 12분의 1)의 70% 이내로 하고, 총 계약기간은 2년 이내로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농협은행은 아예 자문역 제도가 없고 다른 주요 은행들은 퇴직 뒤 혜택을 주더라도 최장 1년이다. 국민은행도 이전엔 모든 임원에 대해 퇴임 당시 월정액급의 50% 이내에서 총 계약기간을 1년 이내로 동일하게 적용했으나, 이번에 2개 보직의 퇴직 처우만 상향 조정했다.
이번 규정 개정의 혜택을 받는 이는 이홍 전 이사부행장 한명이다. 이 전 부행장은 인사(HR) 총괄 담당으로 지난해 노조가 진행한 연임 찬반 모바일 설문조사에서 찬성표가 몰표로 나오도록 개입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노무관리 담당 임원들이 불법적 행위로 물의를 빚은 뒤 혜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위원장 선거 부당 개입으로 지난해 사표를 냈던 전임 인사 담당 임원도 퇴직 한달 만인 지난해 10월1일 인재개발부 전문직무직으로 계약했다. 케이비 쪽은 “이번 규정 개정은 등기이사 예우를 개선한 것으로, 등기이사는 장기적 경영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경영의 연속성과 공헌도 등을 고려해 처우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