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의 심성훈 행장이 새해 벽두에 추가 증자 희망 규모를 1500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늘려 잡았으나, 증자 시기는 연말에서 연초로, 다시 1분기 중으로 순연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쉽지 않고 지속적인 자본 확충 없이 건전성 유지와 수익창출은 어려운 터여서, 올해도 자본금 확충을 두고 상당한 험로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케이뱅크 관계자는 “심 행장이 3일 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가급적 5천억원 증자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목표치라기보다는 안정적 대출 영업을 하기 위한 희망액수”라며 “애초 1500억원 추가 증자를 목표치로 잡았으나, 신규 투자자를 물색하는 등 그 이상 증자를 추진할 생각이긴 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초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말 여신규모가 8500억원, 수신규모가 1조800억원이었다. 9월 말 증자 완료 직후 여신규모가 66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후 석달간 1900억원가량 여신이 늘어났다.
지난해 7월 말 출범한 카카오뱅크도 자본금 확충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3000억원 자본금으로 출발해 지난해 9월 초 5천억원 추가 증자를 거쳐 8천억원으로 자본금을 불렸지만 여신규모가 케이뱅크의 네배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여신규모는 지난해 9월 말 2조6600억원에서 12월 말 4조9500억원으로 두배가량 몸집을 불린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자본금 확충 이슈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직후 높은 편의성과 상대적으로 싼 금리로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았으나 수익성과 자본금 확충 부담은 만만찮은 과제다. 당장 케이뱅크는 경영 주도권을 쥔 케이티가 산업자본인 탓에 은산분리 규제로 은행업 추가투자에 발이 묶여 있는데다, 20여 개사로 쪼개진 지분구조가 복잡해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지난해 1차적으로 연말을 목표로 했던 1500억원의 추가 증자는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문제로 수장 교체 이슈 등에 휘말리고 다른 주주사들이 연말에 추가투자 결정을 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연초로 순연됐다. 하지만 심 행장이 새해 들어 “1분기 중 증자”라고 언급해 시기는 더 뒤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압도적인 대주주, 카카오가 2대 주주로 자본금 확충의 의사결정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산업자본인 카카오는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있고, 현재 흑자를 내는 회사도 아니어서 자본확충 여력에 한계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간 판매관리비가 인터넷전문은행 양사 모두 연간 1000억원 남짓 된다. 순이자마진(NIM)이 2%가 안 되는데 단순 계산으로 1조원 대출을 해봐야 200억원이 안 남는 구조다. 4조~5조원 여신을 해야 인건비 등 고정 경비만 겨우 맞출 수 있는데, 향후 금리 경쟁이나 대출부실로 인한 손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내려면 추가 자본확충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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