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창구의 고객 상담 모습. 우리은행 제공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가 1%대에 머물던 시절과 이별하고 2% 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은행권이 앞다퉈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선반영해 일찌감치 올랐다가 되레 11월 중순부터 하락했던 터라, 대출금리는 한동안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케이비(KB)국민은행은 대표 예금상품들의 금리를 0.3%포인트 올린 데 이어, 11일엔 적금상품의 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인기상품인 케이비 스마트폰예금의 기본금리를 1.2%에서 1.5%로 올렸다. 우대금리 0.6%포인트를 고려하면 최고금리는 2.1%포인트다. 또 11일부터는 케이비 일코노미 스마트적금을 1.6%에서 1.9%로 올리는데 우대금리(0.6%포인트)를 고려하면 최고 2.5%의 금리가 적용된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도 이날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예적금 금리를 0.3%포인트씩,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예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씩 올렸다. 앞서 우리은행은 한은 금리인상 당일에 위비수퍼주거래예금을 0.3%포인트 올려, 최고 연 2.1%를 적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2%대인 상품은 시중은행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을 빼곤 가끔 특판예금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이제 2%대 상품군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당분간 주춤거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 금리인상 전망을 일찌감치 반영해 9월 하순부터 10월 한달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시장금리는 11월 중순 이후 오히려 하락 반전하는 이른바 ‘되돌림’ 현상으로 숨고르기를 이어왔다. 한은 금리 인상 당일에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금융채(은행채) 금리는 되레 내렸다. 게다가 한은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할 것이란 의중을 분명히 한 점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국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내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완만하고 점진적일 것이란 견해가 대세에 가깝다. 앞서 국내 은행들이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예·적금 금리 인상은 늦추면서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세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빨리 올렸던 터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무리하게 올리지 않는 이상 당분간 시중 대출금리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빠르지 않을 수 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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