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로 검찰 대대적 압수수색
정부, 예보이사 ‘임추위’ 참여 저울질
민간주주 사외이사들 “신관치·낙하산 논란”
“정부가 민간 자율경영 약속 뒤엎나”
공자위 민간위원 쪽도 “시장에 나쁜신호”
정부, 예보이사 ‘임추위’ 참여 저울질
민간주주 사외이사들 “신관치·낙하산 논란”
“정부가 민간 자율경영 약속 뒤엎나”
공자위 민간위원 쪽도 “시장에 나쁜신호”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절차에 정부가 참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한 반발기류가 만만찮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결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이 은행 지분의 상당 부분을 지난해 말 민간 주주사에 쪼개어 팔았고, 금융당국은 민간 자율경영을 공개 약속했다.
7일 우리은행 사외이사들과 금융당국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우리은행 차기 은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에 단일 최대주주인 예보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문제를 두고 득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간 사외이사들 내부에서 반발과 우려 기류는 상당하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민간 과점주주 중심 자율경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임추위는 사외이사 5명과 사내 상임이사인 은행장 6명으로 꾸려지고, 장동우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이는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을 전제한 구조다.
민간 주주 쪽 한 사외이사는 “정부가 한 구두 약속은 약속이 아닌가. 경영간섭을 안하겠다고 했고, 심지어 감사원 감사도 안 하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예보 이사가 행장 선임하는 데 들어오겠다고 하면, 민간 주주사들이 뭐하러 큰 돈 들여서 4~6%씩 지분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1~2% 남기고 시장에 팔아버리고, 주가는 떨어지고, 그러면 어쩔 생각인가”라고 말했다. 민간 주주 쪽 또다른 사외이사도 “임추위에 예보 이사가 들어오면, 이건 향후 경영간섭의 신호나 실마리로 비칠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예보 이사가 들어오는 순간 ‘신관치’ ‘낙하산 인사’ 얘기가 나오면서 시끄러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한 민간 위원은 “임추위에 굳이 예보 이사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선 시장에 물어봐도 ‘배드 시그널(나쁜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인 12월30일께 주주총회를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위해선 3주 전인 12월 초에 주총 소집을 위해 은행장 내정자가 결정돼야 한다. 또 이달 마지막주까지는 주총에 참여할 주주명단을 확정하는 주주명부 폐쇄도 해야 한다. 이처럼 물리적 시한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임추위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민간 주주 쪽 사외이사는 “정부 쪽에서 예보 이사의 임추위 참여 문제에 대해 아직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이사회 일정을 서둘러 확정하지 않았다. 워낙 민감한 고민거리들이 많다. 며칠 안에 정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 수사 와중에 정부도 임추위 참여를 두고 여러 부담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안다. 결국 차기 행장에 대한 고민이 큰 셈이다. 우리은행 내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의 계파싸움이 극에 달한 중에 어느 한쪽 내부 인사를 쓰기도 어렵고, 오비(OB·전직 고위임원)들도 이런 계파싸움에 발을 담근 건 마찬가지다. 또 검찰 수사 불똥이 내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크다. 그렇다고 제3의 외부 인물을 고려하면 관치니, 코드인사니 잡음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여러 가지로 민감하고 복잡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은행장 인선에서 낙하산 인사 구태가 반복되어선 절대 안 된다”면서 “민영화 후 첫 행장선임에 정부가 예보를 앞세워 다시 관여한다면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정부의 경영개입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은 지분매각을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셈”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또 “정부는 우리은행장 인선을 시작으로 금융권 수장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태에서 더더욱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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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7일 오전 9시께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등에 수사관을 보내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임한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무실과 인사부는 물론 관련자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전 우리은행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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