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을지로의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지점 앞에서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하는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가 발대식을 열어 김정태 하나금융 지주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2일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임기 6개월여 만에 사퇴 표명을 하는 등 금융권이 적폐청산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최순실씨 인사 개입에 최고경영진이 연루된 의혹을 받아온 하나금융그룹에선 노조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가 꾸려져 김정태 회장 3번째 연임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김용환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채용비리로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금융권 최고위층의 물갈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 수사 대상인 우리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채용 실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금융권 채용문화 개선회의’를 열어 은행권과 금융 공공기관의 채용 절차 점검에 나섰다.
은행권 안팎에선 권력층 채용 청탁은 해묵은 적폐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은행이 필기시험을 없애고 서류전형과 면접, 참고용 인적성 검사 등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짙어졌다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전직 고위 임원은 “현직에 있을 때 채용 청탁에 시달리느라 너무 힘들었다. 필기시험이 있을 때가 그나마 편했는데, 일단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전화하라고 얘기할 수 있어서였다”고 말했다. 이번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 문건에 이름이 오른 한 임원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전화번호부에 기록된 사람이 8천명쯤 된다. 영업 등에 관련된 이들이 채용 청탁하는데 무시하면 괘씸죄에 걸리지 않겠나. 그래서 인사팀에 얘기해 단계별 합격 여부 등을 물어 청탁자들에게 최소한 전화라도 넣어준다”고 말했다. 인사 쪽을 잘 아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서로 다른 은행 고위임원들끼리 자녀를 교차 채용하는 형식으로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인사비리 등에 휘말려 있다. 최순실씨 독일생활을 지원했던 이상화씨를 청와대 부탁으로 특혜 승진시킨 혐의다. 앞서 검찰이 공소장에서 김 회장의 개입 혐의를 적시하고 김 회장이 법정 진술에서 이씨 승진 여건 조성을 위해 조직 개편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함영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승진과 조직개편을) 내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고경영진이 여전히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정무위 여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함 행장의 증언은 김정태 회장이나 함영주 행장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발대식에 참석한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적폐청산은 과거를 단순히 캐묻는 작업이 아니라 과거 악행을 규명해 미래를 밝히는 작업이다. 온갖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공공성, 독립성, 안정성이 생명인 금융기관에 남아 그 지위를 유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