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2일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우리은행은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등 유력기관 인사들이나 거래액이 큰 ‘브이아이피’(VIP) 고객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임직원들이 이들의 자녀와 지인 정보를 인사팀에 전달한 사실이 확인돼,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처지다. 이 행장은 이날 전체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먼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 간담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혔으며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 간담회(의장 노성태)를 열었으며, 이 행장은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자체 감찰을 통해 청탁자와 추천인 등을 정리한 문건을 인사팀이 작성했고, 인사담당 부행장까지 보고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행장은 심상정 의원(정의당)에게 보고 여부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땐 형사적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우리은행 경영의 신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검찰 조사 진행 시 성실히 임한다는 생각에서 사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조만간 후임 은행장 선임 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이 유일한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여서,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불가피하게 법적으로 정해진 업무를 맡게 된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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