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처음 공개하는 단계에서 현 윤종규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됨에 따라, 26일로 예정된 인터뷰 검증은 사실상 통과의례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노조는 “사외이사와 지주회장의 ‘회전문 연임’이자 ‘셀프 연임’”이라며 반발했다. 낙하산 차단에 중점을 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 등 이해관계자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참호구축’ 효과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윤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들이 ‘연임’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시선이 깔려 있다. 윤 회장이 사외이사들의 연임에, 사외이사들이 윤 회장의 연임에 서로 일조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지주 사외이사 7명 중 6명은 2015년 3월 취임해 ‘1년+1년+1년’으로 세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이들이 처음 선임될 땐 주주와 외부 전문기관 등이 후보 제안을, 외부 인선자문위가 계량평가를, 물러날 사외이사들이 후보추천위(사추위)를 구성하는 절차를 갖췄다.
하지만 연임 단계에선 모양새가 달라졌다. 연임 과정을 보면, 사추위는 일단 현직 사외이사 3명과 윤 회장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 6명 모두가 연임할 뜻을 밝히자, 이들 6명과 사내이사 2명(윤 회장과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이 6명 개개인에 대해 중임 동의 투표를 했다. 사외이사들은 자신을 뺀 7표 중 4표 이상을 얻으면 중임 대상이 된다. 이후 사추위가 이들의 자격을 검증하고 후보 제안을 해서 최종 후보 추천을 했다. 첫 선임 절차에서 후보군 구성, 평가, 추천의 각 단계마다 주체를 달리해 차단벽을 뒀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구조적으로 내부에서 연임의 이해가 영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 사외이사는 추후 윤 회장의 연임 여부를 가릴 것이어서, 그 역시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셀프 연임’ ‘회전문 연임’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연임한 사외이사들은 이번에 지주회장 후보를 가리는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꾸렸고, 윤 회장은 결과적으로 단독 후보가 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현 시스템에서 ‘참호구축’ 우려의 측면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외이사 제도의 역사적 경험을 짚어 볼 때 노조 추천 몫으로 사외이사를 배정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영진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비금융 노조들은 우리사주 주식을 위임받아 노조 추천 몫 사외이사를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케이비금융지주 쪽은 “이사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향후 적정한 수의 사외이사 선임과 퇴임이 매년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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