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를 적발한 감사원(<한겨레> 9월21일치 3면)이 감사보고서 의결 전에 채용 청탁자에 관한 진술을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으로부터 확보한 사실이 <한겨레>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는 채용 청탁자가 누구인지와 관련해, 총무국장 이아무개씨의 ‘지인’이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별다른 부연 설명이 없었다.
21일 감사원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채용 청탁자에 대해 함구해온 당시 총무국장 이아무개씨는 감사보고서 의결 전 소명 기회를 얻어, 감사원을 찾아가 구두로 청탁자의 신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쪽은 “감사보고서까지 다 쓰여진 뒤에 청탁자와 관련한 진술이 나왔지만, 해당 인사가 감사 대상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데다 이미 7월6일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관련 자료는 검찰에 다 넘겼다”고 밝혔다. 채용 청탁자에 대한 조사는 향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채용 청탁을 한 인사는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의 금융지주회사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원이 채용비리 원인을 제공한 청탁자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조처로 ‘부실 감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수사를 받기 전에 관련자들이 입을 맞출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비리 원인 제공자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계 유력 인사들의 자녀 채용비리 실태를 파헤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청탁한 금융지주회사 대표에게 아들의 채용을 부탁한 인사는 국책은행 고위 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국책은행 간부는 <한겨레>에 “아들 채용과 관련해 청탁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지주회사 대표도 “(국책은행 간부에게서) 청탁을 받은 적도, (금감원에) 청탁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2015년에 진행된 금감원 5급 직원 채용 당시 총무국장 등은 국책은행 고위 임원 아들이 특혜 채용되도록 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면직·정직 등 징계를 요구받았다.
이춘재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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