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대회의실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제출된 자구계획안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로 “아직 검토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내주쯤에 모종의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을 말하는 것은 아직 판단 단계라서 적절치 않다. 우리는 금호타이어의 회생과 독자생존, 일자리 유지가 (구조조정) 원칙이다.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한 최대로 지키고, 그런 방향으로 확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해당사자가 모두 협조해서 고통을 분담한다면 (금호타이어가)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박삼구 회장의 자구계획과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로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긍정’의 의미와 관련해 “이렇게 저렇게 하면 (금호타이어가) 살아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본다는 얘기고 박 회장은 그 그림에 없다. 박 회장은 큰 그림에 넣어서 성공 가능하면 넣을 수 있고, 아니면 빠질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과 그간 구조조정 실패 원인을 묻는 말에 “매각 무산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다양하다. 더블스타의 문제도 있고, 산은도 미진한 부분이 있고, (언론의) 평가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도 뭔가 협조적인 것 같지 않고, 그 모든 게 작용했다고 본다”면서, 박 회장 책임론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왜 이렇게 빠르게 경영이 악화했는지와 매각실패 과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매각 무산에 따라 금호타이어 공동 대표이사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지난 12일 산은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여기엔 올해 말까지 사모펀드(PEF) 방식으로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내년 3월까지 중국법인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실패할 땐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까지 ‘포기’하겠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박 회장 쪽이 ‘포기’라는 단어를 쓰면서 ‘희생론’을 펼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이 아예 없으며 2010년 워크아웃 이후 대주주 채권단에서 경영권을 위임받아 행사해왔다. 부실경영 책임자인 박 회장은 이번 자구안 실패 뒤 워크아웃 등으로 가게 되면 설령 지분이 있다 해도 감자와 경영권 포기가 통상적이다. 또 우선매수권은 워크아웃 때 사재출연 등 경영 정상화 노력과 부실책임 정도에 따라 예외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재차 워크아웃 등에 돌입하게 될 경우 이를 보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자구안 실패시 당연한 ‘해임과 박탈’을 ‘사퇴와 포기’라는 ‘희생론’으로 포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선 유상증자-후 중국법인 지분매각’을 뼈대로 한 이번 자구안이 워낙 구체성이 떨어지는데다 유상증자가 박 회장의 ‘지분 알박기’가 될까 우려한다. 산은 관계자는 “유상증자도 이제 투자자를 찾아보겠다는 수준이고, 성공한다 해도 채권단이 향후 자금회수를 위한 매각 주도권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박삼구 회장과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의례적인 면담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구안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그 이후에 (만남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채권단 주주협의회는 이르면 다음 주 초, 늦어도 다음주 후반까지는 개최될 예정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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