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이 최종 무산된 가운데 박삼구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12일 오후 자구계획을 제출함에 따라 채권단이 실효성 검토에 들어갔다. 자구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박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통보하고 회사는 ‘두번째 워크아웃’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2014년 말 첫번째 워크아웃을 5년 만에 졸업했으나 경영이 악화하면서 다시 회사의 생존이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이에 박 회장의 경영부실 책임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호남기업 홀대론’을 내세우며 정치권까지 숟가락을 얹은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꼬인 구조조정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중국계 더블스타는 이날 채권단에 주식매매계약서(SPA) 해제 합의서를 보냈다. 금호타이어는 당장 9월30일 또는 매매계약 해제일로 만기를 임시 연장한 1조3천억원의 채권 연체 부담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자구안의 실효성을 가릴 핵심은 유동성 부족 해법과 아울러 중국사업 정상화, 국내 신규투자와 원가경쟁력 제고 방안 등이다. 앞서 박삼구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손실이 큰 중국사업의 매각방안 등을 거론했는데,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 상대와 양해각서(MOU)를 맺을 수준으로 상당한 구체성이 없으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설명했으나 중국사업 대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해 추가 협의를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보완된 자구안이 오면 2~3일 정도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이르면 이번주에 주주협의회 의결에 부친다.
금호타이어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은 중국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워크아웃 중에도 2012년까지는 매출 등 외형이 성장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중국 내 품질 논란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누적됐다. 중국사업에 큰돈이 물리자 설비투자 경쟁력도 처졌고, 전반적인 타이어업계 호황에도 사업이 기우는 상황으로 흘렀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9472억원으로 2012년 대비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중국법인 매출액도 2010년 6721억원에서 2016년 3850억원으로 43% 줄었다.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507억원, 당기순손실 1081억원을 냈다. 또 7월말에는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서 마이너스 통장격인 당좌대월을 써야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당좌대월 사용은 유동성 위기의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이번 자구안을 수용할 경우 금호타이어는 이를 추진하면 된다.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지난번 의결을 따라 금호타이어 이사회에 박 회장 등 현 경영진의 해임을 통보하게 된다. 이때는 두번째 워크아웃으로 돌입할 공산이 크다. 회사가 워크아웃 신청을 하면 만기가 닥친 채권부터 임시로 서너달 연장을 한 뒤 실사를 거쳐 정상화 방안을 만들고 채권 유예와 신규 자금 투입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사업의 정리도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경영진의 반발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금호타이어 임원 전체는 지난 7월 더블스타에 매각 시 집단사퇴 뜻을 밝히며 채권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또 워크아웃에 수반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분담을 요구받을 노조의 반발도 만만찮은 변수다. 이럴 경우 법원을 통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피플랜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과거 워크아웃으로 몰아간 책임 당사자다. 또 대표이사로서 실적악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초 금호타이어 부실화는 금호그룹이 과도한 대출로 대우건설을 인수한 탓이었다. 이에 박 회장은 당시 보유 지분을 내놓고 11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가하는 대신에 추후 채권단 지분 매각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얻었다. 우선매수권은 옛 사주의 부실 책임과 경영정상화 노력 등을 평가해 부여할 수 있지만,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늘 특혜 시비가 있다. 산은과 우리은행 등 준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들이 금호타이어에 사실상 공적 지원을 쏟아부은 점을 고려하면, 우선매수권은 지나친 특혜로 보인다는 얘기다.
금호타이어 문제는 고용불안을 업은 ‘호남기업 홀대론’을 정치권이 앞장서 설파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 문제가 새 정부 구조조정의 첫 단추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해법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장은 내정자 시절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려면 원칙에 가까운 게 좋다. 구조조정에 묘수는 없다”면서도 “원칙대로 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조정 비용과 혼란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리먼브러더스도 원칙대로 넘어뜨렸더니 글로벌 위기가 났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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