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 ‘광화문글판’ 가을편이 새로 걸렸다. 신경림 시인의 ‘별’에서 따온 한 구절이다. 연합뉴스
교보생명을 창립하고 교보문고를 탄생시킨 고 신용호 회장이 올해 탄생 100돌을 맞이해 그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6일 교보생명은 신 회장의 생애(1917~2003년)를 관통했던 ‘국민교육’ ‘참사람 육성’에 대한 신념을 기리는 탄생 100돌 기념행사들을 7일부터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사진 왼쪽)는 생전에 1983년 6월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보험대상’을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는 1958년 교보생명의 전신인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 창립과 함께 생명보험의 원리에 교육을 접목한 ‘교육보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창안해 국민의 교육수준을 높이고, 세계 보험업계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사진 교보생명 제공
신 회장은 전남 영암의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지만 청년 시절에 만주행 기차에 몸을 실은 뒤 중국 지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이육사 등 애국지사들과 교류했다. 해방 뒤 귀국해 생명보험의 원리와 교육을 접목한 전례 없는 상품인 교육보험을 염두에 두고 1958년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현 교보생명)를 설립했다.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을 창립이념으로 내세우며 처음 내놓은 진학보험 상품은 전쟁 재건기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과 맞아떨어지면서 회사를 비약적 성장으로 이끌었다. 결국 1967년 창립 9년 만에 업계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이후 신 회장은 1981년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광화문 사거리 교보생명 빌딩에 세계 최대 서점을 들이는 결정을 밀어붙인다. 당시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돈 안 되는 서점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사통팔달 대한민국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줍시다.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작가나 교수, 대통령이 되고 노벨상을 탄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디 있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교보문고는 지금도 누구나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명소로 기능하고 있다.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에 계절마다 바뀌어 나붙는 ‘광화문글판’도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한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부터 27년째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데, 현재는 신경림 시인의 시집 <사진관집 이층>에 실린 시 ‘별’의 한 토막이 실려 있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는 구절이다.
이밖에도 신 회장은 자신의 호 ‘대산’을 딴 대산문화재단, 대산농촌재단 등 3개 공익재단을 설립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그간 지원한 장학생과 공익재단 수상자 등을 초청해 기념 음악회를 연다. 또 28일까지 기념사진전을 열고, 14일엔 ‘대산의 교육이념과 미래교육 방향’을 주제로 교육철학을 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도 진행한다. 교보문고는 이달 내내 심야책방, 북콘서트 등 다양한 독서 캠페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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