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KB)금융 7개 계열사가 함께 하는 케이비노동조합협의회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케이비금융 날치기 회장 선임절차 중단 촉구 및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회견엔 박용진·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2014년 케이비(KB)금융 사태 등의 여파로 만들어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새 제도의 시험대에 처음 선 케이비금융 지주 회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5일 케이비국민은행·카드·증권 등 7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케이비노동조합협의회(노협)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종규 회장의 공과를 평가했으나 ‘과’ 쪽에 무게가 실렸다”면서 “현재 케이비금융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제왕적 시이오(CEO·최고경영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장 경영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변경하는 동시에 회장 후보자군을 확정하는 ‘케이비금융지주 상시 지배구조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3명의 사외이사 이외에 경영진인 윤종규 현 회장과 이홍 부행장이 참여하는 점이 독립적 선발 절차를 해친다고 봤다. 또 금융지주가 최근 발표한 회장 선임 절차가 ‘깜깜이 방식’으로,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후보 압축 과정에서 1차 9명과 2차 4명에 대한 정보와 배점 방식을 공개하고, 주주·노조 등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던 것과 대조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노협은 현행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우리사주 위임을 통해 주주제안으로 회사 정관과 내부 규정을 개정해 이사회 내 대표이사의 영향력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새 사외이사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지주는 지난 1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23명의 회장 후보자군을 보고 받은 데 이어, 오는 8일 2차 회의를 열어 3명 안팎의 최종 후보자군을 선정하고 이달 말까지 전체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20일로 3년의 임기가 끝난다. 케이비금융지주 쪽은 노협 주장과 관련해 “현 이사진은 현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경영승계규정 제정을 결의했고, 이 규정에 따라 상시 지배구조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장 후보자군 관리를 시작했다.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후보자군 확정 땐 윤 회장과 이 부행장을 배제하고 사외이사 3인만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부산은행 등을 자회사로 둔 비엔케이(BNK)금융그룹의 회장 선임도 최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제왕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평을 들었던 성세환 전 회장이 형사재판을 받게 돼 차기 금융지주 회장을 새로 선임해야 하지만, ‘낙하산 반대론’과 ‘적폐 청산론’이 정면 충돌하는 탓이다.
앞서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탄생한 배경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입김을 배제해 낙하산 인사를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려는 의도가 컸다. 하지만 소유구조가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고, 사외이사의 적극적 경영감시가 정착되지 않은 주요 금융지주 안에선 ‘제왕적 최고경영자’ 견제 장치에 대한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예전처럼 확실한 ‘외부 신호’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갈등이 유발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지배구조에 관한 한 정답은 있을 수 없고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시간을 두고 내부 갈등수습 능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