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조사받는 항공우주산업
회계법인, 혐의 반박 반기보고서
주가 16% 급등…당국 반응에 관심
회계법인, 혐의 반박 반기보고서
주가 16% 급등…당국 반응에 관심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및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일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서 검찰과 금융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13~2016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정정한 반기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것에 대해 “회계기준의 변경에 따른 정정일 뿐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16일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3∼2016년 실적에 대해 매출액은 350억원 감소, 영업이익은 734억원 증가한 것으로 정정해 공시했다. 삼일 쪽은 ‘정정 공시 자체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협력업체의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지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일 쪽은 하성용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할 동기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일 고위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표이사 연임과 은행 대출 등 분식회계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카이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12~2014년 매출액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를 토대로 4조9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고 10조원대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 2심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일은 또 한국항공우주산업의 2016년 말 기준 자기자본이 지난 감사보고서 발표 때보다 증가한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만약 2013~2015년에 이익을 많이 낸 것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이번 반기보고서에서 자기자본이 그만큼 감소한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감사 결과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삼일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수사 때도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고 항변했으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들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분식회계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삼일이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리 방어막을 친 것 같은데, 검찰과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해 ‘실적 정정 공시로 최근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을 항변했으나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이를 인정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하지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전 거래일보다 16.12% 오른 4만2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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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2월1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천/청와대사진기자단
삼일회계법인 본사 모습. 탁기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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