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광화문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수익의 가계대출 편중 현상에 쓴소리를 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고 부실 가능성이 낮은 가계대출을 늘려 기록적 수익을 낸 것을 겨냥한 것이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4대 은행들은 올 상반기 6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최 위원장은 26일 정부 광화문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0년대까지는 국민은행만 관련 법에 따라 가계대출을 취급하고 다른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집중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모든 은행들이 국민은행처럼 돼버렸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식을 갖고 통계를 찾아봤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99년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57%였을 때 신한, 우리, 하나은행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그 비중이 3개 은행 모두 50%를 넘어 국민은행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등 생산적 분야보다 가계대출, 부동산금융 등으로 자금 쏠림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98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27.7%였으나, 2016년에는 43.4%에 육박했다.
최 위원장은 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은행들이 수익을 내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개별 은행의 이익이 좋다고 해서 사회적으로도 좋다고 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 행태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금융감독당국도 미흡한 게 있지 않았나 싶다.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자영업자와 서민 등 취약계층의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공공기관뿐 아니라 대부업체 등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 가운데 원금 상환을 못받아 추심회사를 거쳐 대부업체에 매각된 부실채권은 이미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추심은 가혹하게 이뤄진다. 이런 채권들을 정부 예산을 투입해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정리 규모와 재원 등에 대해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8월 초에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 부실 위험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규모가 가계 가처분 소득에 견줘 많긴 하지만,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채 증가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8월에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부채 증가 원인에 대한 대책과 함께 가계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도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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