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7일 영업을 끝으로 폐점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씨티은행 지점의 간판. 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 노사가 대규모 점포 폐쇄를 사실상 강행하는 대신에 ‘하루 7시간,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고 고용보장을 명문화하는 선에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씨티는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 점포를 추가 운영하기로 했으나, 126개 중 101개 폐점 계획을 90개 폐점으로 바꾸는 데 그쳤다. 자산가를 제외한 일반 고객과 지방·고령층 고객을 차별해 최소한도의 금융 공공성을 해친다는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씨티은행 노사는 대규모 점포 폐쇄 방침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끝에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110여일 만에 잠정 타결했다. 또 사쪽은 시·도 경계 안에 영업점을 아예 없앨 예정이었던 제주·경남·울산·충북 등을 포함해 11개 점포를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폐점률은 80%에서 70%로 다소 낮아진다.
이번 합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임단협에서 ‘오후 5시 피시 강제종료’를 명문화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연장근무를 실질적으로 차단해 인력 소요를 늘리는 등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씨티는 전체 직원 3500여명 중 1300여명이 영업점에서 근무했으나 점포 폐쇄로 대규모 인력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씨티는 내부 취업규칙상 ‘오전 9시-오후 5시 근무제와 점심시간 1시간 부여’가 규정돼 형식적으로는 ‘하루 7시간,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통상 영업점은 오전 8시에 출근해 개점 준비를 하고 저녁 7~8시께 퇴근을 하는데도 연장근무 신청은 월 10~15시간으로 한정하는 등 불법적 시간외 근무가 일상화했다는 게 노조 쪽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후 5시에 업무 피시가 자동으로 꺼지고, 연장근무 승인이 떨어지면 피시가 켜지고 자동으로 수당이 책정되는 시스템을 개발해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연장근무 수당이 1.8배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보상 없이 강요되던 연장근무가 차단되고 실질적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씨티 노사는 창구업무 계약직 302명과 전문 계약직 4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3년차 이하 직원들에겐 연중 10영업일 연속(2주) 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전적 보상 없는 연장근무가 일상화한 은행권 상황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이나 현장에서 안착할지, 혹여 이른 출근 강요 등의 형태로 변질하지 않을지 등을 지켜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면서 “대규모 점포 폐쇄는 강행되는 것이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은행법 개정 논의 등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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