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위험 수위에 이르러 가격 폭락 등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2일 ‘가상화폐 투자시 유의사항’이라는 자료를 내어 “가상화폐의 법적지위 및 속성을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투자’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가상화폐가 법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보증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가상화폐 발행자가 환전을 보장하지도 않고, 지급수단의 안정성도 없기 때문에 가치 급락이나 해킹 등 전자사고로 인한 피해를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투자 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해 6월1일 65만원에서 21일 현재 343만7천원으로 1년여 만에 5배나 뛰었다. 1일 거래금액도 1년 전 80억원에서 최근 1조3000억원 규모로 200배 가까이 늘었다. 김상록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은 300만원 이상으로 해외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어 투기적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자 ‘유사 비트코인’을 이용한 사기 사건도 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 이종근)는 22일 고수익을 미끼로 ‘B코인’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한 업자 6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홍콩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한정 발행한 B코인을 구입하면 가격이 단기간에 수십배 오른다고 속여 140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서울강남경찰서도 지난 4월 금감원이 수사 통보한 ‘케이코인’ 발행업체 대표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1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힉스코인’에 투자하면 한 달 뒤 10배로 투자금이 불어난다고 속여 다단계로 300억원어치를 판 업자 2명에게 징역 5년씩 선고했다.
비트코인 등 해외에서 많이 거래되는 가상화폐도 본질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화폐로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발행업체가 실질 자산을 보유해야 하고 환전성도 담보해야 하는데 가상화폐는 이런 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에선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근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미국 뉴욕주에서는 자격증이 있는 업체만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도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으로 구성된 티에프를 구성해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김연준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진 않지만, 지급수단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가 입장이 다르다. 규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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