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하는 와중에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도 사상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코스피의 대세 상승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매도가 작전 세력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당국에 규제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으로 빌린 주식(대차거래) 잔액은 71조9522억원을 기록했다. 빌린 주식 잔액은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11일에는 73조867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빌린 주식이 모두 공매도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빌린 주식이 많을수록 공매도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빌린 주식의 80% 정도가 공매도에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사서 상환해 그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에선 주식을 빌리지 않고 아예 없는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과열되는 것을 막고, 하락장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공매도 표적이 된 기업들은 공매도가 작전 세력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활용한 주가조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강전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장은 “지금까지 공매도를 활용한 시세 조정이나 기타 불공정 거래로 적발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때 현재가(직전체결가)보다 낮은 호가로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한 ‘업틱룰’(uptick rule) 때문에 주가를 떨어뜨리는 시세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가령 현재가가 1만원인 종목에 공매도할 경우 1만원보다 적은 9900원에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공매도로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가를 단계적으로 낮추면 이론적으로는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시세 조정 혐의로 구속기소된 비엔케이(BNK)금융지주 성세환 회장은 지난 28일 이른바 ‘공매도 의심 세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작전 세력이 유상증자 발행가격 산정기간 동안 900여 차례에 걸쳐 1주씩 매도주문을 내서 현재가를 한 호가씩 낮춘 뒤 공매도 주문을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빙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1주씩 매도주문을 내서 현재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거래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규제에 난색을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이면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증시를 외면하는 등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공매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외국인 투자자,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차별적 구조 때문이다. 개인도 증권사의 대주 거래를 이용하면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빌릴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한정돼 있다. 지난 4월30일부터 한달간 주식차입자 비중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71%, 기관 투자자가 28%를 차지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인도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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