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가계부채 정책 어떤 모습?
법 개정 무관한 사안 우선
부실채권 소각, 행정력으로 가능
DTI 7월 원상복구엔 ‘신중론’
“DSR 가동되면 DTI 의미 없어
가계부채 비율 150%로 총량관리
복지수당 지역화폐 지급 지렛대”
법 개정 무관한 사안 우선
부실채권 소각, 행정력으로 가능
DTI 7월 원상복구엔 ‘신중론’
“DSR 가동되면 DTI 의미 없어
가계부채 비율 150%로 총량관리
복지수당 지역화폐 지급 지렛대”
1344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빚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 가운데, 취약계층의 가계 부실채권을 소각하거나 부채 총량관리를 실시하겠다고 한 공약 등 새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는 부실채권 소각처럼 법개정 없이 행정력으로 할 수 있는 정책들을 우선순위에 올리고, 시장 안정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원상복구엔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채주도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의 전환, 취약계층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 마련, 금융소비자 보호 우선을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으로 내세우고, 이를 위한 7가지 세부 공약도 제시했다.
우선 장기소액 연체채권을 소각해 취약계층을 채권추심의 고통과 빚을 변제할 의무에서 아예 풀어주겠다는 공약은 조만간 실행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던 이용섭 전 의원은 <한겨레>에 “새 정부 경제팀이 소각 채권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선 추가 논의를 해야겠지만, 이 정책은 새 정부 100일 로드맵에 들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선대위 경제통으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홍종학 전 의원도 “이 공약은 최대한 빨리 실행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민간 금융회사에서 가계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전례가 있다. 카드 대란을 수습해야 했던 노무현 정부는 한마음금융이나 희망모아를 운영했다. 또 박근혜 정부도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11조원 상당의 가계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차단에 무게가 많이 실리면서 회수 실익도 없는 채권을 쥐고 취약계층 채무자의 경제활동 정상화 뒷덜미를 잡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일단 공식 공약집에선 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10년 이상)·소액(1천만원 이하) 연체채권을 소각 대상으로 거론했지만,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실 채권을 추가로 사들여 소각하는 새로운 배드뱅크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뒤 국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가계 부실채권 유통 정보를 파악하는 등 여러모로 고민을 해왔다. 새 정부의 방향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정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역시 법 개정과 무관하게 밀어갈 만한 새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다. 홍종학 전 의원은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관련해 “소득주도 성장을 하면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관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조단위 복지수당을 지역화폐(소상공인·자영업 전용 지역 상품권)로 지급해 대형마트 대신에 골목상권 자영업자에게 흘러들어가게 하는 등 돈의 흐름을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비율은 지난해 말 153.6%였으며,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는 이 비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해진다. 홍 전 의원은 또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가계부채의 연간 증가율을 한자릿수 이하로 규제하되,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속도를 달리 규제하는 등 그룹을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정책특보로 활동했던 김기식 전 의원은 “새 정부는 어떤 단일한 법과 제도, 규제로 총량관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여러 정책수단을 복합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유효기간이 끝나 일몰이 도래하는 디티아이 규제 완화(금융감독원 행정지도)를 원상복구할 것인지에 대해선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디티아이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이에 대해 ‘정상화’를 언급했다. 또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디티아이를 대신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부채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주요하게 담았다. 디티아이와 디에스아르는 연간 총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빚 상환 능력을 살피는 지표다. 디티아이는 주택담보대출은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 부담을 모두 살피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이자 부담만 살핀다. 반면 디에스아르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져본다. 홍 전 의원은 “최경환 경제팀이 2014년에 디티아이를 완화한 게 잘못된 결정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점에서 무조건 원상복구가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디에스아르가 가동되면 디티아이는 의미가 없어진다. 디에스아르는 기존 로드맵대로 가면 된다. 우리는 정부 초반에 제도를 안 바꾸겠다고 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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