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7년 동안 스팩 합병 및 경영실적 분석
IT, 바이오 등 유망 중소기업 합병으로 우회상장 도와
“투자 때 합병대상 기업 면밀히 분석해야”
IT, 바이오 등 유망 중소기업 합병으로 우회상장 도와
“투자 때 합병대상 기업 면밀히 분석해야”
다른 법인과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도입 7년 만에 유망 중소기업의 우회상장을 돕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009년 12월 도입된 스팩의 7년간(2010년~2017년 3월) 상장 및 합병 실적을 분석해 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동안 상장한 스팩은 109개(코스피 3개, 코스닥 106개)로 이 중 42개가 비상장회사와 합병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합병 대상은 정보기술(IT) 18개, 바이오 9개로 성장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중소 유망기업에 집중됐다. 스팩 도입 후 3년 동안은 합병이 단 한 건도 없었으나, 2015년 13건이 성사된 이후 합병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합병된 기업들의 경영실적과 주가는 양호했다. 2015년 말까지 합병이 완료된 24개 기업 중 20개가 매출이 증가했고, 17개가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 말까지 합병 완료된 36개 중 31개는 합병 발표 후 6개월간 주가가 스팩 공모가를 웃돌았다. 금감원은 스팩이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의 발굴과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우량기업과 합병할 경우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어 대체 투자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팩은 공모자금을 별도로 예치하기 때문에 합병에 실패해도 투자액 회수가 가능하다.
스팩은 자금 부족 등으로 상장이 어려운 우량 중소기업들이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이나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09년 말에 도입됐다. 상장 후 3년 내 합병해야 하며, 합병에 실패하면 주주에게 공모가 수준의 원금을 돌려준다. 스팩의 성패는 합병 대상 기업을 얼마나 제대로 고르느냐에 달려 있다. 2010년에 상장된 스팩 중 12개는 합병 회사 발굴 실패, 주총 승인 부결 등으로 상장 폐지됐다.
금감원은 스팩에 대한 투자수익은 합병 후 존속기업의 경영실적에 좌우되기 때문에 합병 대상 기업을 면밀히 분석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인 금감원 기업공시국장은 “합병 결정 공시 전에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스팩 종목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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