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도입 8년 만에 규모 3배 이상 성장
지난해 신설과 해산 펀드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로 증가세 지속할 듯
지난해 신설과 해산 펀드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로 증가세 지속할 듯
지난해 신설된 사모펀드(PEF)가 사상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서고 투자 약정액도 60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실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구조조정 뒤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정부는 최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나 채권자인 시중은행이 도맡아 오던 기업구조조정을 사모펀드 중심의 민간 자본시장에 맡기는 신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9일 지난해 말 기준 경영참가형 사모펀드는 총 383개사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110개사)에 견줘 3.5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의 출자약정액도 62조2000억원으로 2009년(20조원)에 견줘 3.1배 증가했고, 투자이행액도 43조6000억원(12조8000억원)으로 3.4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사모펀드 신설과 해산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해 신설-투자-해산으로 이어지는 펀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설된 사모펀드는 2015년(76개사)에 견줘 33개사(43.6%)가 증가한 109개사로, 처음으로 연간 신설되는 펀드가 100개를 넘어섰다. 해산한 사모펀드도 지난해 42개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투자회수액도 8조1000억원으로 전년(5조8000억원)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증가한 사모펀드가 존속기한인 5∼8년이 지나면서 투자 회수 사이클이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지난해 신설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고 설립한 프로젝트 사모펀드가 77개사(70.6%),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가 32개사(29.4%)였다. 지난해에 신규로 모집된 자금 규모는 9조4000억원으로 2015년(10조2000억원)에 비해서는 소폭 줄었지만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투자집행 규모도 8조9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평균인 9조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 기업은 230개 중 199개(86.5%)가 국내 기업으로 국내 기업 편중도가 높았다. 다만 일부 운용사가 해외운용능력을 검증받아 해외투자 비중이 전년의 11.6%보다 다소 높아진 13.5%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공업의 대주주가 됐고,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넘겨받은 것이 지난해 주요 투자 사례로 꼽힌다.
금감원은 이처럼 급성장한 사모펀드가 기업 구조조정과 중소·벤처기업 투자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기존의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 대신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금융회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은행이 주도해 선제 대응을 하지 못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은 돈을 빌려준 기업과의 거래 관계나 부실채권에 대한 부담 탓에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영진 금감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대체투자 증가와 인수합병(M&A) 시장 확대 등으로 사모펀드의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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