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달도 안돼 올해 수신 목표 절반 넘어
가격경쟁, 점포축소 등 금융업계 경쟁 유도
가격경쟁, 점포축소 등 금융업계 경쟁 유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돼 올해 수신 목표의 절반을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내리고 수신금리는 올리는 등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6일 현재 케이뱅크 고객은 24만명으로 집계됐다. 수신 규모는 2848억원(26만건)으로 출범 24일 만에 올해 목표치인 50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대출은 1865억원(2만6000건)으로 직장인 신용대출이 72%로 제일 많았고, 중금리 대출이 15.4%를 차지했다. 직장인 대출과 중금리 대출의 금리는 연 3.8%와 7% 수준이다. 중금리 대출의 평균금리는 전 금융권 통틀어 가장 낮다. 금융위 추산에 따르면 저축은행에서 1000만원 중금리 대출을 연 16.9%로 받던 대출자가 케이뱅크로 전환하면 연평균 100만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케이뱅크의 돌풍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이 주도했다. 케이뱅크에서 계좌를 튼 고객의 69.9%는 30~40대 고객이었다. 30~40대 비율은 시중은행(45.3%)과 비교하면 24.3%포인트나 높았다. 인터넷은행의 강점인 ‘24시간 업무’도 주효했다. 케이뱅크 고객 5명 중 2명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했다. 이 시간대에 발생한 여·수신 거래도 40%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은행권 전체의 비대면 계좌 수는 15만5000건이었는데, 케이뱅크는 출범 8일 만에 이 기록을 깼다.
케이뱅크를 겨냥해 대형 은행들은 연 2%대 예·적금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고, 비대면·모바일 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은행들의 점포 축소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은행 점포는 175개가 줄었는데, 케이뱅크 출범에 따라 이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는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는 은행업뿐만 아니라 카드와 보험 등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케이뱅크가 당초 예상을 넘어 출범 초기부터 금융시장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