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수출입은행장(가운데)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보유기관 투자자 설명회 참석 후 산업은행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주채권자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10일 오전 대우조선 사채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32개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경영정상화 설명회’를 열어 ‘채무조정 최종 조율안’을 통보했다. 산은은 사채권자들의 추가 양보 요구와 거센 이의제기에도 사실상 원안 수준에서 채무조정을 추진하고, 합의가 안 될 경우 21일 전후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사전회생계획제도’(피플랜)를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설명회엔 이동걸 산은 회장, 최종구 수은 행장,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17~18일 열릴 회사채 투자자 등 사채권자 집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쪽에선 팀장급 실무자 한명만이 참석했다.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자율적 구조조정 추진의 전제인 출자전환과 만기연장 등 채무조정 합의엔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1조5천억원을 투자한 사채권자들의 동의가 관건이다. 하지만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에 물려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등 사채권자들은 앞서 발표된 채무조정안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날 설명회에 온 기관투자자들엔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금융회사뿐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농협중앙회·사학연금공단·우정사업본부·공무원연금공단 등이 포진해 있다.
산은은 설명회를 마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이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 1조5천억원을 50%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7500억원)를 3년간 만기 연장한 뒤 3년간 분할상환하며 금리는 1%를 적용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수은이 대우조선이 발행한 영구채를 사들이는 형식으로 1조3천억원의 채권을 100% 출자전환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적용하는 금리 조건을 3%에서 1%로 변경하기로 했다. 산은은 또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될 경우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21일 전후로 피플랜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사채권자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앞서 거론해왔던 추가 양보안은 대부분 ‘수용 불가’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민연금 등은 4월21일 만기 회사채 원금(4400억원)의 상환 또는 일부 상환, 산은의 추가 감자, 사채권자 출자전환 가액(주당 4만350원) 하향 조정, 출자전환 주식 전환상환우선주 요구, 만기 연장한 사채금액의 우선상환 보증 카드 등은 모두 거부당한 셈이다. 산은 쪽은 국민연금의 요구에 따라 이런 결론을 담은 공문을 이날 오전 해당 기관에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산은 쪽은 만기연장 사채금액에 대한 우선상환 보증 요구와 관련해 “실질적으로는 상환보장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최악의 경영 시나리오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까지 합쳐서 향후 자금 흐름을 공개했다. 산은과 수은이 2조9천억원의 신규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고, 회사채와 기업어음 투자자가 만기 연장해준 채권의 상환기일이 돌아오면 이 돈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원금상환 보장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사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우선상환’이 산은이 빚보증을 서는 것이라면,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설명회에서 밝힌 방안이 최종안을 통보한 것이며, 더이상의 변경은 없다. 다만 국민연금이든 누구든 추가 설명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면담 날짜를 잡을 것이다. 피플랜도 발주취소와 선수금환급보증(RG)콜 리스크가 있지만, 기존채무뿐 아니라 우발채무까지 강제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피플랜으로 가더라도 구조조정의 원칙이 세워진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담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채무조정 원안에 가까운 안을 밀어붙이되, 피플랜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거듭 강조해 사채권자들을 압박하려는 태도로 풀이된다. 이날 산은 쪽은 회사채와 기업어음 투자자의 채권회수 예상액이 자율적 구조조정안 추진 땐 50%이지만, 피플랜 추진 땐 10%로 큰폭의 차이가 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놨다.
피플랜을 신청하려면 전체 채권액의 5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고 법원이 사전회생계획안을 승인하기에 앞서 채권자별 집회를 통해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는 점과 관련해서도, 산은은 추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행장은 “피플랜 신청에 앞서 채권액을 산정할 때 선수금환급보증(RG)을 어떻게 볼 것이냐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저희는 동의 채권액이 50% 넘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피플랜 과정에선 사전회생계획안을 일부 사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강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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