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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퇴로 막힌 국민연금 깊어가는 고민

등록 2017-04-06 17:18수정 2017-04-07 10:24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찬성하자니 회생 자신 못해
반대하자니 초단기 법정관리가면 손실률 더 커져
“국민 노후자금으로 부실기업 지원말라” 여론 부담
채무조정안 조건 놓고 산은과 물밑협상 관측도
서울 신사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신사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퇴로가 막힌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받아든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명분 있는 출구를 금융당국이 열어줄 지에 괸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6일 “전날 투자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투자위원회를 다시 열어 다음주 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연금이 결론을 못내린 것은 대우조선의 향후 정상화 가능성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는 “대우조선의 재무상태와 기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현 상태로는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실사보고서를 작성한 삼정회계법인은 정부 채무조정안으로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성공할 경우 금융권의 채권 회수율이 53%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와 증권사 신용분석가들의 전망은 다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정부안을 받아들일 경우 채권 회수율이 31%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출자전환분 50% 전액과 나머지 만기연장 채권액의 19%(대손충당금 적립률 기준)를 평가손실로 잡은 결과다. 시장은 나이스신용평가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대우조선 회사채 5종의 가격(액면가 1만원)은 3400~3600원에 마감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 회수율을 35% 안팎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고민은 채무조정안에 반대할 경우 손실률이 더 커질 것이라는데 있다. 초단기 법정관리(P-Plan)에 들어가면 회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원이 강제로 채무재조정에 나서 채권의 출자전환비율이 50%에서 90%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채무조정안에 동의해도 국민연금이 우려하는대로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악화로 추가적인 채무조정이 불가피할 경우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업에 다시 위기가 닥칠 경우 채권 회수율은 12~22%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제2, 제3의 출자전환이 일어나면 채무조정과 초단기 법정관리의 손실률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압박과 국민들의 감시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다. 정부는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대승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노후대비 자금을 더 이상 부실기업에 쏟아붓지 말라고 요구한다. 게다가 대우조선 소액주주와 채권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감독기관인 정부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식회계로 얼룩진 재무제표와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하다 손해를 봤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배임 등 법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회사채 투자 손해에 대해 배상청구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핀테크 행사에서 국민연금 등이 정부의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초단기 법정관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채권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추가 감자나 출자전환 가액을 더 낮추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이미 통보했다”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10일 국민연금을 포함한 32개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잖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다른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채권자들의 손실이 너무 커지면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산은을 통해 국민연금과 채무조정안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광덕 이춘재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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