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0시부터 고객서비스 시작
점포 없이 메신저, 전화, 이메일 상담만
비대면 첫 인터넷전문은행 정식 출범
KT·우리은행·GS리테일 등이 주요주주
은산분리 규제 아래 자본확충 등 고민거리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타행 공인인증서 등록 문제로 ‘톡상담’을 신청한 지 20분이 넘어갔다. ‘#송금 0000원’ 문자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는 ‘퀵송금’을 해보려다가 인증서 문제가 생긴 탓이다. 하기야 은행 점포도 점심시간에 대기줄이 밀리면 20분은 ‘훅’ 지나가기 마련이라고 되뇌었지만, ‘연결중’ 메시지만 내보내는 애플리케이션 창에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케이뱅크는 점포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누리집으로만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3일 0시에 영업을 시작했다. 고객센터가 전화와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24시간 365일 열려 있다고 했는데, ‘오픈발’을 고려한다 해도 영업개시 준비가 좀 부족한 듯한 느낌이었다.
정확히 23분째, 상담원이 톡 창에 나타났다. 답은 간단했다.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이 회사 정책상 앱 간 인증서 접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거래은행 앱에 등록된 타행 인증서를 공유할 수 없다고 설명해줬다. 피시로 접속해 타행 인증서를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폰에 그런 정책이 있는지조차 몰랐으니, 상담 없이 해결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였던 셈이다.
앞서 통장개설 절차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었다. 준비물은 본인 스마트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정도면 된다. 각종 필수약관 동의절차를 밟다 보면, 케이뱅크가 앱 내 카메라로 가입자의 신분증 촬영을 요구한다. 그 다음 본인 인증절차는 타행계좌 이체 인증을 하거나 영상통화로 상담원 확인을 거치라 했다. 이날은 고객센터 대기고객이 많다는 이유로 영상통화 인증이 지연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연방 떴다. 호기심에 영상통화를 선택하니 스마트폰에 내 얼굴이 카메라로 비치는 가운데 상담원의 목소리만 들리는 확인절차가 이어졌다. 얼굴이 나온 신분증을 얼굴 아래 들고 서서 본인인증 영상을 찍다 보면, 어쩐지 ‘구치소 머그샷’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렇게 자유입출금 계좌인 ‘듀얼케이 입출금통장’을 만드는 데 20분 가까이 걸렸다. 기자간담회에선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한 사람은 10분 이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서툰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통장 잔고는 0원. 먼저 주거래은행 모바일앱에서 50만원을 송금해봤다. 시중은행 앱을 이용한 이체는 공인인증서 로그인, 계좌 비밀번호 입력, OTP 보안카드 생성 숫자 입력, 다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을 기본으로 한다. 케이뱅크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여섯자리 간편 비밀번호로 로그인해서, 계좌 비밀번호와 간편 비밀번호만으로 송금할 수 있다. 다만 50만원 한도에서 소액송금에 한정된다. 듀얼케이 입출금통장은 현재 시중은행들이 1년 이상 돈을 묶는 예금에 한해 1%대 초중반 금리를 제공하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제시했다. 50만원을 입출금 통장에 넣어두고 10만원을 남길 금액으로 설정한 뒤 30일만 이 금액을 유지하면 1.2% 금리가 유지되는 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답게 지문인증 서비스도 함께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지문을 등록하면 로그인, 이체, 비대면 실명확인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문인식 기능이 있는 상대적으로 새 스마트폰 기종에 한정된 서비스다. 예를 들어 아이폰5s, 엘지 G5,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이후 기종 등에만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케이티스퀘어 드림홀에서 출범 행사를 열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시작일을 맞아 임종룡 금융위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케이티 황창규 회장 등 금융권과 정보기술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온라인전문은행이라 점포가 없고 직원이 200명 선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고객에게 금리 등에서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신용정보, 결제정보 등을 결합해 고금리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저렴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금융시장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의 매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논란과 케이뱅크의 자본확충 문제, 비식별화 가이드라인 아래 개인정보보호 논란, 빅데이터에 기반한 신용등급 재평가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열릴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렸다. 케이뱅크는 은행권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은 신용등급 4~7등급 소유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두자릿수 금리를 적용받는 점을 들어, 이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를 한자릿수로 끌어내리는 중금리 대출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케이뱅크는 케이티와 우리은행, 지에스(GS)리테일 등 22개 주주사가 참여해 자본금 2500억원으로 설립됐다. 인프라 투자가 이어졌던 만큼 은행으로서 건전성을 확보하고 대출 여력을 키우려면 추가 자본확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자본인 케이티 등은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한도가 4%로 묶여 있는 점을 지적하며,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 심 행장은 이날 “규제완화 특별법이 통과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여신 4천억원, 수신 5천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자본금이 부족하지만) 수신을 받은 돈으로 여신을 할 수는 있다. 자본금이 확충이 안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워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법안이 통과돼 올해 말 내년 초 증자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안효조 총괄본부장 역시 자금조달 문제로 당분간 영업 여력이 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시중은행처럼 자금의 시장조달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월급통장을 많이 유치해서 수신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초기에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해서 리스크를 올릴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케이티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일곱번째부터)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케이뱅크는 전국 1만여개 지에스25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입출금기를 이용해 수수료 부담 없이 무카드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에스리테일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시중은행 점포가 많아야 1천여곳이지만, 편의점은 1만곳이 넘어 접근성이 높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코드케이 정기예금’을 선보여 가입할 때 케이티나 지에스25 편의점, 네이버페이, 티몬 등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2.0%의 금리를 주기로 했다. ‘미니케이 마이너스통장’은 연 5.50% 금리로 지문인증만으로 바로 300만~500만원 한도의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이밖에도 ‘퀵 송금’을 통해 문자로 간편하게 원하는 금액을 송금할 수 있다. ‘#송금 20000’을 문자로 보내면 문자를 받은 사람은 케이뱅크 앱 알람을 열어 2만원을 바로 받게 돼, 소액송금에 편리하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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